내 이름은 '나도 꽃'


줄기차게 비가 내리더니 어느새 화단이 무성해졌습니다. 
올해는 일부러 씨를 뿌리지 않았는데도
작년에 피었던 꽃들이 씨앗을 남겨 갖가지 꽃들이 만발했습니다.
먹구름이 덮인 하늘을 비집고 잠시 해가 쨍한 틈을 타 
잡초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지나가시던 수녀님께서 거들어 주신다며 바쁜 걸음을 멈추십니다.
그런데 '뭐가 풀이고 뭐가 꽃인지 구분을 못하겠다'하십니다.
채송화, 사루비아, 맨드라미, 봉선화등 꽃들을 일러주며 
그 나머지는 모두 잡초라 해도 수녀님은 구분이 잘 안되는지 
화초가 간간히 뽑혀 나갑니다.

문득 화초는 뭐고 잡초는 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잡초라고 하는 식물도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잎이랑 꽃이 제법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훌륭한 식물입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이 정해놓은 화초에 속하지 않는다고 
적군을 물리치듯 뽑아버리는 저의 모습이 부끄러워집니다.

어쩌면 풀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안에서도 
내 안의 잣대로 이것 저것을 갈라놓고
거기에 속하지 않는다고 내 마음에서 뽑아 버리는 것은 아닌지
화단을 정리하던 손길이 제 마음을 정리합니다.

제가 아는 어느 선생님께서는
작고 이름모를 꽃들에게 '나도꽃'이라는 이름을 붙여 부르시곤 하셨습니다.
작은 것도 소중히 보시던 선생님 가르침이 더 진하게 기억되는 날, 
가라지도 뽑지 않고 두셨던 예수님의 가르침 앞에
마음과 기도를 모읍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