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지난 해 시골에서 텃밭을 일구며 내 손으로 직접 가꾼 푸성귀를 
따다가 쌈을 싸먹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도 비록 적은 양이지만 무농약의 신선한 푸성귀를 
들려드리는 것 역시 큰 기쁨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참외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밭에서 바로 따서 먹는 
참외의 그 까칠함과 달콤함에 완전히 반해버렸습니다. 
비록 몇 알 못 따먹고 산짐승들에게 밤마다 다 빼앗기고 말았지만 
참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의 텃밭에서는 호박농사가 최고의 수확을 거두었는데 
막 따온 애호박을 볶아서 여럿이 함께 먹을 때의 기쁨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특히 단호박을 오랫동안 참 맛나게 먹을 수 있었고, 
호박농사에 대해 자랑을 많이 했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텃밭에서 자라는 여러 것들을 보며 묻곤 했습니다. 

“이거 다 신부님이 키우시는 거예요?”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심었고 가끔 물을 주고 풀을 뽑기는 해도 자라는 것은 알아서들 자랍니다.” 
사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저의 작은 노력과 비할 수 없이 주어지는 풍성한 결실들이라고. 
그래서 다음의 말씀을 떠올립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이 아닙니까? 
이렇게 다 받은 것인데 왜 받은 것이 아니고 자기의 것인 양 자랑합니까?”
(1고린 4,7).

 -김귀웅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