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위기는 기회다 
 
중년은 늙음을 감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깜짝 놀라 멈춰 서서 앞뒤를 둘러보는 가운데 
상황을 파악하게 되는 시기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융은 중년을 인생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단계로 보았다.  
사람의 일생을 선으로 그리자면  반원과 같은 모양이 되는데 
여기서 중년은 반원의 최고점에 해당한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의 심리적 인생 그래프는 
갑자기  밑으로 꺽이는 모양이 될 것이다.  
자신의 인생 그래프가 점점 아래로 기운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만이  
심리적으로 성숙할 수 있다.  인생 그래프가 점점  아래를 향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의 심리적 인생 그래프는  계속 위를 향할 것이다.  
중년에는 패러다임의 교체가 일어난다.  
이제는 외적으로 뭔가를 이룩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영혼은 꿈이나 심신상관적 증상을 
통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알려온다.  
이 메시지를  무시하고 내면을 거들떠보지도 않으면  
결국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일에 몰두하거나 각자기 보수적 입장을 취하거나 외적 규범에 
절대적 가치를 두거나 함으로써 영혼의 움직임을 모른 척하려 한다.  
규범적 행동방식이 '정신적 변화의 대체물'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중년은 이제까지 살면서 덮어두기만 했던  삶의 어두운 면과 대면해야 하는 때다.  
자신의 정신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관심도 외면보다는 내면을 향해야 한다.  
중년이 되어서도 이러한 방향 선회를 하지 않는 사람은 내적으로 정체한다.  
점점 유연성을 잃고 늙는 일을 힘겨워한다. 젊은 시절에 연연하고 젊음을 붙잡으려 한다.  
그러나 내적으로는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그의 내면에서는 어떤 발전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중년의 위기를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잘 늙을 수 있을지,  
노년이 어떤 곤란한  친구들을 동반하고 나타날지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노년의 기술 (안젤름 그륀 신부 지음, 김진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