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회의 기도

사제들이 바치는 성무일도 금요일 아침기도에는 
어김없이 시편 51편이 나온다. 
이 시편은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죄 많은 우리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다. 
이 시는 우선 보기에는 하느님께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간구하는 기도로 구성된 것 같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자비로운 하느님에 대한 신뢰에 
자신을 맡기는 기도이다.

"하느님 자비하시니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고 기도한다면, 
언제나 늘 나를 불쌍히 여기시는 하느님께 당신의 자비를 깨닫게 해 달라고, 
그 자비에 나의 온 존재를 맡기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언제 하느님이 내 죄를 없이 하지 않으신 적이 있는가? 
언제 하느님이 내 잘못을 씻어주지 않으신 적이 있는가? 
언제 하느님이 내 허물을 없애 주지 않으신 적이 있는가? 
그리고 언제 하느님이 내가 깨끗하여 지도록 히쏩의 채로써 내게 뿌리시고, 
눈보다 더 희어지도록 나를 씻어주지 않으신 적이 있는가? 
언제 하느님이 기쁨과 즐거움을 돌려주시어 
바수어진 뼈들이 춤추게 하지 않으신 적이 있는가? 

하느님은 처음부터 내 모든 허물을 없애주고 
내 마음을 깨끗이 만드셨다. 
그런 하느님이기에 당신의 거룩한 얼을 
내게서 거두어 가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느님은 처음부터 우리를 죄 없이 만드셨다. 

그런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내 멋대로 살았다. 
이제 늦게나마 이를 깨달았기에 
시인은 자기를 여태껏 자비롭게 대해주신 하느님께 
통회의 시를 읊으며 찬미를 바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하느님을 찬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 입이 당신의 찬미 전하오리니......."

불신과 이기심과 욕심으로 빚어진 온갖 망상을 벗기면서 
나를 처음의 창조의 순수 상태로 이끌어 주는 기도! 
인간의 영원한 고향으로, 
우리가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곳으로 이끌어 주는 기도! 

이제민 에드워드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