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께 드리는 글

사랑하올 어머니! 
오늘 “성모님의 밤”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 하례하나이다.
계절의 여왕 5월도 하례드리나이다.
꽃들도, 새들도, 별들도, 바람도 
어머니께 하례드리나이다.

조용히 마음 가다듬고 두 천년을 거슬러 생각해 봅니다.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또 “이 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신 십자가상 말씀으로
구세주의 어머니시자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님은
황감하게도 우리의 어머니도 되셨습니다.

오늘 “성모님의 밤”을 맞이하여, 
지나간 어머니의 일들을 생각해 봅니다.

당신은 
잉태 순간부터 한 점 죄에 물듦 없이 수정같이 맑으셨고, 
전지 전능하신 분의 은총으로 장식되었으며,
영혼은 보호되어 성자와 같이 신성화 되셨습니다.
감히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고귀한 분 아니십니까?

아드님 예수님으로 인하여 
많은 기쁨도, 많은 고통도 번갈아 맛보셨습니다.
노년에는 병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충만한 사랑으로
초자연적 죽음에 이르셨습니다.
그 때에,
아드님 예수님께서는 어느 어머니시라고
신성화된 성모님의 육체를 그냥 두실리가 있었겠습니까?
천사들 옹위시켜 부활 승천케 하시고,
천상 면류관을 씌워 주셨습니다.
아! -  
천상 면류관을 쓰고 오신 우리 어머니!
5월의 끝자락에 다다른 아름다운 이밤에 
어머님을 또 깊이 생각해 봅니다.
어머니, 어머니는 그 영광의 면류관에 다다르기 위해서 
많은 고통과 시련의 사다리를 타고 오르셨습니다.
재롱필 어린 나이에 양친을 여의시고 얼마나 서러워 하셨는지요?
친척집에 의탁하시며 성년이 되기까지 
얼마나 섧고 고생스런 삶을 사셨는지요?
생각만 해도 그저 가슴이 숙연해 질 뿐입니다.

예수님 잉태후 만삭이 되어서,
베들레헴에 먼길 여행하시고도, 
몸 편히 쉴 아늑한 방 하나 없었지요.
불결하고 악취 가득한 양의 우리라니요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실 성모님으로서
이러한 궁핍에 처하다니요?

고난은 자꾸만 이어집니다.
아기 예수님을 안고 가시는
에집트에의 피난길은 또 어떠했습니까?
사막의 모래밭 길 왕복 800키로
고열 모랫 바람속 50여일 길,
상상을 초월한 고생길 아니었는지요.

또한 아드님의 수난과 함께한 고통은
시메온의 예언과 같이
칼로 찔림을 당한 바 그대로였겠지요.

우리 인간의 옛글에도
“하늘은 무엇을 주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괴롭히고,
또 하늘이 무언가 헐어버리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쌓게 해준다.“
는 말이 있습니다.
세기의 위대한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
더 큰 고난과 더 혹독한 시련을 겪으셔야만 했나요?
아드님 십자가를 미리 지셨나요?

또 어머니의 어려운 생활을 생각해 봅니다.
성가족 생활에, 필요한 도구  충분하지 못했지요.
산 중턱을 파서 만든 방은 부엌과 침실로 공용하였고,
장작을 때기 위해 옆구리에 아구리가 달린 풍로, 
그리고 몇 개의 항아리,
벽에 박아 놓은 밀가루 저장 독,
축제일에 입을 옷 넣어 둘 허름한 농,
식빵 제조용 풀무와 밀가루 개는 상자,
창가에는 냄비 몇 개, 식탁과 스푼, 포크 등 등.
아주 구차한 생활용품이었습니다.
어머니, 지금과 같이 편리한 생활기구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생활속의 어머니의 모습은요.
여느 어머니와 같이 물긷고, 밥짓고, 빨래하고,
또 구석 구석 쓸고 닦고, 닭 모이 주고, 품일 하는 등,
모든 일, 다 하시는 평범한 어머니 아니었는지요.

양털과 삼으로 길쌈하시고, 
그 짜낸 천으로 옷을 꿰매고 있으면, 
옆에서 어린 예수님, 어머니의 손을 열심히 바라보고 계셨고요.
끼니때면 성모님은 
양부 요셉이 다루고 남은 나뭇조각이나, 포도넝쿨, 잡초 등을 때면서 
매운 연기에 흐르는 눈물을 옷소매로 훔치시며,
식사준비를 하시곤 하셨지요.
또한 틈나면 방안에서 조용히 기도하시곤 하셨지요.
어려운 생활이었으나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기쁜 생활의 연속이었으리라 여겨집니다.

이렇게 해서 
가브리엘 천사의 잉태고지로부터
아드님 예수님의 부활 승천의 영광까지 
그 얼마나 많은 고난과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까?

이승의 고난은 당신의 죽음으로 끝났습니까?
아닙니다.
어머님의 걱정거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몽소승천하신후 성부 성자 옆에서까지
죄에 물들어 가는 우리를 염려하시어
루르드, 파티마, 가라반달에도 에집트에, 
미국, 일본 등등에도 나타나시어
한결같이 애원하며 부탁하시는 말씀 
"죄짓지 말고 기도 많이 하라”고요.....

이제 어머니께서는
갓 시작한 우리 성당에도 오셨습니다. 
추우나 더우나 바람이 부나, 
비가 오나 눈이오나 천둥이 치나,
누가 반겨주거나 말거나 항구하게 서 계시어 
우리를 바라보시며 염려하고 계십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한다.”고 하는
복음말씀을 들려주고 있는 듯합니다.

어머니! 이제 우리는
새 신부님을 모시고, 
초등생, 중고등생, 청장년 그리고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모두 새로운 맘으로 일치하고 노력하여
하느님이 아버지께서 보시기에 
참 좋은 본당으로 꾸려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와 은총을 주시도록 전구해 주소서.

사랑하올 어머니, 
그리고 불쌍한 우리를 어여삐 여기시어
사랑의 깃으로 감싸주소서.

성모님의 밤을 맞이하여
우리 어머님께
다시 한번 깊히 하례드리나이다.

-김 훈 빅토리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