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생의 마지막 날들이 거북이걸음을 한다면? 

 

병상의 노인들에게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이제는 죽고 싶습니다. 

그런데 죽을 수가 없어요. 

주님께 빨리 불러달라고 기도를 할 뿐이지요.  

사는 것이 더 이상 즐겁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도 될까요? 

아니면 주님께 잘못하는 것일까요?"

   

이런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억눌러야 할까, 

아니면 인정해야 할까?



생각은 마음대로 금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든다면 당연히 하나의 생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반응을 어떻게 하느냐다.  

그 생각 속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가족들을 상대로 한 불평의  

건수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삶에 아무 낙이 없어서 죽고 싶다고 불평하는 노인들이 있는데 

그런 불평은 자녀와 친구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한다.  

마치  '내가 이렇게 삶에 낙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너의 책임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런 식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만약 정말 죽을 준비가 되었고,  이제는 가고 싶으며 

먼저 간 사람들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말로 피력해도 좋다.  

이런 의사표명에서는 정신의 자유가 느껴진다. 

신이 허락하신 삶은 감사하며 살겠다.  

그러나 갈 준비가 되었고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  

죽음이 결국 내가 가야 할 길이고 지금의 삶보다 죽음 뒤에 나를 기다리는 

삶이  더 낫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제는  기꺼이 가고 싶다. 

이런 생각은  의심의 여지없이  기독교적 생각이다. 



시메온 노인이 바흐의 칸타나「삶은  내게 충분합니다 BWY82」에서 

노래하는 것과 비슷하다.

 "오, 세상이여, 이제 기꺼이 이별을 말하노라. 삶은 내게 충분합니다." 

이 칸타타는 다음의  아리아로 끝난다.  

"죽음을 기다리며 나는 기쁩니다.  아, 죽음이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나를 얽매는 괴로움도 덜했을 텐데."



나이가 드니 이런 생각이 든다.  마지막 길은  누구나  혼자 간다. 

아무리 친한 사람도  황천길에 동행하지는 않는다.  

죽어가는 나에게  관심 가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렵다.  

이 두려움을 어떻게 해야 할까?

   

외로움은  죽음의 일부이다.  

죽음의  문턱은 누구나 혼자 넘어야 한다.  

기독교의 전통은  친지나 친구가 그 길에 동행하지 않더라도 혼자가 아니라고 가르친다.  

죽음의 무턱을 넘어  주님께 우리를 인도하는 천사가 함께 한다.  

이 희망을 간직하라. 당신에게는 언제나 천사가 함께 한다. 

죽음의 순간에도 천사가 당신 곁에 있을 것이다. 

아무도 내 죽음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내가 그토록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슬플 것이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당신은 사는 동안  많은 사람에게  축복을 주는 사람이었으며  

이제 하늘나라에서 당신의 삶이  타인을 위해  결실을 맺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지금 아무도 당신이 한 일,  당신이 살아온 삶에  감사하지 않는다고 해도 

당신의 삶은  값지다. 

당신의 삶이  값진 삶이었다는 데 의심을 품지 마라.

 

 -노년의 기술 (안젤름 그륀지음, 김진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