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형식과 자유의 공존 

  

노인들 중에는  전통의식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수적인 사람이 많다.  

그런가 하면 노년이 되어 더 자유분방해지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외부의 법칙과 조항에 

질찔매는 것보다는  내면의 자유와 자신의 느낌에 충실한 편이 좋다. 

내 어머니의 경우는 노년이 되어 더욱 자유분방해진 쪽이었다.  

어머니는  평생을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살았다.  

교회와 교황에 대한 믿음도 확고한 분이었다. 

그런 분이 노년이 되자 신문에서 교황에 대한 기사를 접할 때마다 

"교황님이라고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야"라고 말하곤 했다.  

어머니는 인생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자신의 느낌을 믿었고 그 느낌은 교리적이고 

편협한 교회행정과 맞지 않았다.  긴 세월의 경험이 어머니 생각의 폭을 넓힌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전통적인 의식을 좋아했다. 

매일 미사에 참여했고 오래된 성가를 즐겨 불렀다.  

그리고 일련의 개인적인 의식을 통해 일상을 치러냈다. 

즉 내면의 자유분방함과 전통의식을 고수하는 일은 병행이 가능하다.  

노인들 중에는 주님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의식에  집착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두려움은 사람을 편협하게 만든다.  그러나  전통의식을 지키는 일에서 

편안한 만족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의식이나 제의에서  

선조들의 신앙심을 나누어 받는다면  더 이상  보수와 수구의 행위가 아니라  

내 뿌리에 대한  감각을 키워주는 건강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뿌리를 아는 일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의식은 내게 안정감과 보호의 느낌을 준다.  

그리고 현상을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게 하는  내면의 자유가 이  안정감에서 비롯된다. 

특정한 교리를 고집하는 사람은  세속의 땅 위에 건축물을 지어 놓고  

교리에 어긋나는 생각을 할 경우 이  건축물이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신 안에 집을 지은 사람은 신의 자유를 나누어 받기 때문에 삶과 인간,  

또한 신앙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다.

 

 -노년의 기술 (안젤름 그륀 신부 지음, 김진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