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시간 

 

때로는 노년이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싫다고 해서 머릿속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 번쯤 관점을  달리해서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억지로 노년을 선물로 여길 필요는 없다. 

그저 노년의 삶을  선물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한번 물어보자.

 

"어떤 면에서  노년의 삶은 선물인가?  언제  삶이 선물로 느껴지는가?"

  

차근차근  생각하다 보면  노년의  좋은 점이  떠오를 것이다.  

예를 들면  학교 공부와 시험에서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매일매일 전쟁터 같은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세상일에  애태울  필요도없다.  

자기만을 위한 시간이 많아지고  남들에게 뭔가 그럴듯한 성과를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그저  존재하면서  존재함을 즐기면 된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난다.  

가정, 자녀, 손자와 손녀, 직업적 성공 등  이제까지  삶에서 이룬  결실을  

감사하는마음으로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이런 여유로움도  큰  만족감을  준다.  

그러고 노년을 지나면서  살아온  삶 전체가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문제는 몸이 말을 안 듣고  거동이 자유롭지 않게 되었을 때도 

과연 노년을  선물로 생각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고 몸의 한계를 받아들여야 하는 아픔도 따른다.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어진  일들에 대한  일련의 애도 과정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 애도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내면을 알아가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법을 배우고, 

독서 삼매경에 빠질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고요한 가운데  사색에 들고, 

음악을 듣고, 아들딸이나 손자 손녀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순간을 느끼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자.

내게는 과연 어떤 감사할 일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그러면  노년이 짐이 아닌  선물이라는 사실이 희미하게 나마 느껴질 것이다.

  

   

-노년의 기술 (안젤름 그륀 신부 지음, 김진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