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이기와 놓아 보내기    

 
 

받아들이기와 놓아 보내기는  삶의  행위를 구성하는  기본요소다.

이 두 가지를 잘해야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인간 영혼의 기본법칙은  받아들여야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과거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때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변했을까' 라는 질문을 그만두는 것이다.  

이런 질문은  순전히  에너지낭비다.  실속이 전혀 없다. 

인생은 흘러온 모습 그래로 흘러왔다. 과거를 있었던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러나 입술을 깨물며 억지로 인정하는 것은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그 역사 속에서  펼쳐진 내 삶과 나 자신을 마음으로부터 

긍정하는 것이  진정한 받아들임이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 

그 역사를 통해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나, 지금보다는 나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비난하지 말자.

 
   

이 첫 번째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면 

두 번째 과정인 놓아 보내기를 시도할 차례다.  

놓는 다는 것은  무작정  잊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주위를 빙빙 돌며  '지금보다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고  

후회 하는 일을 그만두는 것이다.  받아들이기와 놓아 보내기는  

차례대로 일어나기도  하지만  서로  맞물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자기비난을 그만두는 일은 스스로를 인정하는 일이다. 

반대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은  과거를 놓아 보내는 것이다.  

그럴 때  사람은 순간 속에 산다.  

현재가  내게  어떤  어려운 과제를 가져오든,  

무슨 일이 닥치든 열린 마음으로 순간에 임할 수 있다.

 
   

조금 다른 종류의 놓아 보내기도 있다.  

노인들 중에는  순전히 과거 속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백 번도 더 들은 과거의 이야기를 반복하며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한다. 

그런 노인들에 대해 융은 이렇게 말한다.

   

 "틈만 나면  대학시절 이야기를 하며  감상에 젖는  

노인 양반들을 누가 모른단 말인가?  

호머의 영웅시를 읽던  옛 시절을 떠올려야만 생의 불꽃이 일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속물근성의  화석 그  자체인 영감님들 말이다."  

그들은 현재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다. 

젊은 시절의 무용담 속에서  영원히 젊은이로 남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것은 노인에게는 훈장과도 같은 "자아의 깨달음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의 형편없는 대체물이다"라고 융은 말한다. 

즉,  과거의 업적 속에서 나와 순간을 살아야 한다.

 
 

 -노년의 기술 (안젤름 그륀 신부 지음, 김진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