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이 아닌 존중   



 

성 베네딕트는 수도회 공동체 내에서의 형제애 증진을 위해 다음과 같은 규칙을 두었다.

 
   

"젊은이는 노인을 공경하고 노인은 젊은이를 사랑으로 대하라."

베네딕트는 젊은이와 늙은이 모두에게 각자의 의무가 있다고 말 한다. 

나이 든 사람은 자기보다 나이 어린 사람을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사랑이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여삐 여기는 것이다.  

사랑은 시기의 반대말이다. 

노인이 젊은이의 젊음을 시기하면 그 시기심이  혹독한 평가가 되어 나타난다.  

그  혹독함은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지도 못하고 스스로를 존중하지도 못하는  

노인의 편협한 마음을 숨기기 위한 것이다.

 
   

젊은이는 노인을 공경해야 한다.  공경이란  노인게게  복종하고 

그들이 하는 일을 무조건 옳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을  존중하는 것이다.  

아무리  치매에 걸린 사람이라고 해도 그 겉모습 뒤에는 

신의 존엄성을 가진 특별한 인간이 자리하고 있다. 

내게 있어  노인을  공경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그의  삶의 비밀 앞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설사 그의  삶에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해도 

섣불리 평가하지 않고 그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그대로 그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다.  

노인을 존경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존경하는 것과 같다.  

노인을  경멸하는 사람은 자신의 일부를 경멸하는 사람이다.  

그의 일부 또한 늙었고 그도 언젠가는 늙기 때문이다.  

노인을 경멸하는 행위는 늙은 것에 대한 두려움의 다른 표현이다.  

만일 자기 자신이 늙었음을 경멸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스스로를 경멸하는 것이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즉 노인을 존중한다는 것은 자신의 근원을 존중하는 것이다.  

앞서 산 사람들이  내게 물려준 것을  겸허한 마음으로 바라보자. 

그들의 삶 전체를 물려받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나보다 앞서 살았던 삶에 대한 대답은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공경이다.  

그들이 삶에서 이룩한 것, 

주어진 전제조건하에서 최선을 다해 이룬 그들의 역사를 존중하고 

그것에 대해  내 삶으로 대답하는 것이 공경이다.  

그들을 그대로 따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들을  거울삼아 내 정체성을 찾고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낸다는 뜻다.

 
 

 -노년의 기술 (안젤름 그륀 신부 지음, 김진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