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가 있어야 새것이 들어올 수 있다  

  
 

 "계획했던 삶을 버려야 기다리는 삶을 얻을 수 있다."  

E. M. 포스터의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삶이  나를 기다리느냐  하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 삶을 어떻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운다.

어쩌면  너무 구체적으로  삶을  계획하는지도 모른다.  

직장을 가지고 가정을 이루고 가족이 살 집을 짓고 

집 대출금을 갚을 만큼 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나서는 노년을 위한 계획을 세운다. 

여행도 많이 하고 취미생활도 열심히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덜컥 병이 나서  여행을 갈 수 없거나 생각보다  일찍 퇴직해 

대출금을 갚을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아니면 은퇴 직전이나 직후에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뜨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계획을 망친다. 그러다 보면 마치 삶의 폐허 앞에 선 듯한 

심정이 되어  불평불만으로 소일하는 노인네가 된다.  

그러나  그 계획을 버리는 방법도 있다.  

좋은 뜻이 담긴 계획이었고 내 삶을 추진하는 힘이 되어주었지만 

세상일이 다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내 인생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오래된 계획을 놓아 보내자. 

그러면 새로운 것이 들어설 자리가 생긴다.  

이제 기다리던  삶이 나에게로 온다.  

내가 삶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삶이 나를 기다린 것이다.  

새로운 것이 내게로 와 선물이 된다.  계획하지 않은 새로움에 마음을 열

면 이제까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삶이  선물로 주어진다. 

선물로 주어진 이 삶이 진짜 삶이다.  

이것은 나를 위해  준비된  삶 속으로 들어서는 것과도 같다.

  

-노년의 기술 (안젤름 그륀 신부 지음, 김진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