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은둔자가 되라    


남성들은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많이 느낀다.  
그리고 이 압박감은 늙어갈수록 더 커진다.  
나이가 들수록 더 일도 많이 하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노년의 남성들은  이 나이에도 자신이 얼마나 능력 있는 남자인지 
증명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끊임없이 일거리를 찾는다.  
그리고 가끔은 축구시합의 막판 몇 분을 남겨 놓은 선수처럼 조급해하기도 한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실행하고 마무리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들이 나이가 들면 성급해진다. 슈퍼마켓 계산대 앞에서도 
빨리 자기 차례가 오지 않으면 금세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이 불안감은 대개 쓸모없는 사람이 된다는 두려움에서 온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일을 하는 것은  자신이 아직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퇴직과 함께 항상 한던  일을 하지 않게 되어 허무 속으로 빠져드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에게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도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가끔은 그 불안감의 이유가 아주 비이성적인 것일 때도 있다.  
죽기 전에 반드시 이런저런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는 경우다.  
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잊기 위해 끊임없이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노년의 남성들은 자기 안의 새로운 가치,  
즉 노년의 지혜의 성숙을 개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남성의 경우에도 은둔자라는 지혜로운 노인의 원형이 존재한다.  
신화나 전설에 보면 사람들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찾아가는 백발노인이 등장하곤 한다.  
불안함에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단계를 벗어나면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평정에 도달하는 노인도 많다.  
그런 노인들은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기꺼이 찾는 
현자의 아우라를 발한다.

 -노년의 기술 (안젤름 그륀 신부 지음, 김진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