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삶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늙은 부부들은 부부 관계에  실망과 환멸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너무 재미없다.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  
숨소리만 들어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다 안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상대를 통해 얻는 자극이 사라진 것이다.  
이런 부부들이 찾아오면 나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두 분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더 이상 할  이야기도 없는 지루한 관계가 되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슬퍼하십시오.  
그토록 재미없는 관계가 되었다는 것은 실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러나 슬퍼만 할 것이 아니라 과연 이렇게 재미없는 상태로 계속  살아야 할지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두 분에게는  공동의 관심사가 많이 있지 않습니까?  
아니면  서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말을 꺼낼 필요도 없나요? 
남편이 언제나 그게 아니라면서 가르치려 들기 때문에 더 이상 말도 하기 싫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이렇게 버릇이 되어버린  대화 패턴을 의식적으로 행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왜 항상 가르치려만 드는지  비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그 패턴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대화를 할 때에는  비판이나 평가를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저 무엇이 서로를 그토록 힘들게 하는지 분석만 하십시오.  
그런 다음  바꿀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다 바꿀 수는 없을 겁니다.  어떤 부분은 서로 이해하며 참아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한계이다'라고  서로 공유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렇게  씁쓸한 기분이 들지는 않을 겁니다.
   
 
두 번째 단계는 나나 상대방이나  예전처럼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서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지루하고  
재미없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서로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은 친숙함을 의미합니다.  
허물없는 사이처럼 좋은 것은 없습니다.  허물없는 파트너로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로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종의 초연함, 그리고 겸허한 마음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상대에게 잔소리  퍼붓기를 멈추면  내가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끊임없이  증명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노력하지 않고  자신을 방치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활기찬 삶에는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활기찬 삶을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킬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합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부부 혹은 인생의 파트너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현재의 상황을 
하나의 초대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각자 자신의  관심을 좇아 각자의 일을 하는 겁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발전을 도모하다 보면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대해 상대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겠지요?  그러면 다시 대화의 소재도  생겨날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고 상대방을 움직이는 동기가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노년에는 배우자가 신의를 다하는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배우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됩니다.  
나의 삶에 활 기를 불어넣어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노년의 기술 (안젤름 그륀 신부 지음, 김진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