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화해하기  

  

외로움은 노년에만 해당되는 현상은 아니다.  

외로움은 어떤 종류이든 아픔이다. 그러나 외로움의 아픔을 피해가지는 마라. 

늙어가면서 외로워지는 것,  자녀들을 더 이상  가까이 두지 못하는 것,  

멀리 살아서 만날 수 없거나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을 애도하라. 

'나도 한때  잘나가는 시절이 있었는데'하며  안타까워하라. 

늙어버린 나를 선망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이런 사실을 인정하는 데는 아픔이 따른다. 그러나 이것은 삶에 대한,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기회가 된다.  

외로움을 뜻하는  독일어 'einsam'은 'ein'과 'sam'의  합성어이다. 

'ein'은 사람의  하나됨 Einheit,  나 자신과 하나됨을 의미한다. 

'sam'은 모으다 sammel에서 파생된 말로  '어떤 것과 일치하다. 

관계가 있다'의  뜻을 지닌다. 즉 외로움의 원래 뜻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자기 자신과 일치감을 느끼고 하나가 되며 내적으로 그것을 긍정하는 일이 외로움이다.

 혼자를 의미하는  독일어 'allein' 도 비슷하게 풀이될 수 있다. 

페터 쉘렌바움은 ('all-eins' 따로따로 해석하면 '모두-하나'의 뜻: 옮긴이주). 

 "즉 모두 하나가 된다는 뜻이니 얼마나 좋은 말인가" 하고 말한적이 있다. 

모든 것과 하나로 얽히고 세상과 하나가 되는 노년의 '홀로서기'는  늙어가는 과정의 한 부분이다.  

노년의 인간은 외로움 속에서 그의 영혼 속에 가능성으로 잠재하는 모든 것을 

하나하나 살핀다. 그리고 그것으로써 세상과 하나가 되고 세상의 동의를 구한다.



노년의  첫걸음은 혼자 지내야 하는  외로움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 자기 자신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하나됨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노년으로 가는 두 번째 단계는 새로운 관계에  열린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은 문제없이  새로운 관계를 맺고 친구도 잘 사귄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의존하는 일도 없다.  

단지 외로움을 잊기 위해  친구를 찾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다면 외로울 때만 찾는  친구가 될 것이고 친구들도 이를 알아챌 것이다.  

혼자 지낼 줄 아는 사람은 새로운 관계와 친분 맺는 일에 열려 있고 새로운 친분이 생기면 기뻐한다.  

그러나  기를 쓰고 친구에게  매달리지는 않는다.  

친구를 사귈 기회가 오면 기꺼이 친구를 사귀는 것뿐이다. 친구는 언제나 선물이다. 

나는 노년이 되어 서로를 이해하는 좋은 친구를 얻은 사람을 많이 보았다.

친구들 사이에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친구를  이용하려 들지 말고 자유롭게 놔두어야 한다.  

그리고 친구에게서 신의와 내적 결속력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노년에도 친구들 사이의 이런 끈끈한 우정은 가능하다. 

노년이 되어 새로운 친구를 사귄 사람은 그 우정을 충분히 음미하기 바란다.  

노년에  만난 친구는 하늘의 축복이다.  

 


-노년의 기술 (안젤름 그륀 신부 지음, 김진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