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아주 천천히    
  
현대는 스피드의 세계라고 부를 정도로 모든 것이 빨리만 돌아갑니다. 
우리의 감정도, 인격도 거기에 발맞추어 빠르게만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슬픈 일도, 기쁜 일도 누릴 여유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상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고 
거기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합니다. 

디지털 세계의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단점이라면 단점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현실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날로그 세계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디지털 세계가 빠르고 편하기는 하지만 
아날로그 세계가 주는 은은함이 없어서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빨리 처리하고, 다음 것으로 넘어가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스피드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얼마나 녹여낼 수 있을까요? 
조금은 느려서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빠르게 돌아가는 이 세상 속에서 
성모님처럼 곰곰이, 그리고 천천히 하느님의 뜻을 찾는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 심종민 신부(작은 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