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과부의 헌금 - ‘성誠’의 이야기 (루가21,1~4)
헌금함에 부자들이 예물을 넣고 있는데
빈곤한 과부 한 명이 렙톤 두 닢을 넣었다.
그 과부를 두고 예수님은
다른 부자들보다 더 많은 돈을 넣었다고 하신다.
무슨 근거로?
부자들은 풍족한 데서 얼마씩을 넣었지만
그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 가지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이라고 하신다.
이 장면에서 ‘성誠’을 생각하게 된다. ‘
성’은 겉으로 드러난 면 내지
결과물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밑에 잠겨 있는 면 내지 조건과 상황을
아울러 고려한 가운데 판단하기 때문이다.
내가 국민학교에 다니고 있었을 때 교무실에 붙여져 있던
‘각반 저축실적 비교표’에 나타나 있는 막대그래프처럼
동일선 상에서 출발해서 누가 더 높이 올라가느냐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는 것과는 다르다.
시험을 치면, 일단은 모두 같은 선상에 있고
거기서 출발한다고 가정하곤 100점 만점부터 0점 꼴찌까지
성적을 매겨 순위를 갈라 버린다.
그런데 예수님이 성적을 매긴다면,
입학시험을 치르게 하고 입학사정회의에 참석한다면,
어떻게 하실까?
우리가 매긴 성적과는 다를 터이다.
그 사람의 지능 등 갖추고 있는 능력,
그 사람의 몸컨디션, 그 사람의 가정환경 내지 성장배경,
이런 모든 것을 고려한 다음
자기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는가
즉 ‘성誠’을 다 했는가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합격 여부를 가를 것이다. 그
래서 누구는 객관적 시험점수가 80점이 나왔는데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성’을 다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종점수는 30점이 되어 불합격하는 반면,
누구는 객관적 시험점수는 20점 밖에 받지 못했는데
‘성’을 다했기 때문에 최종점수가
100점이 되어 수석입학도 되는 것이다.
온 나라가, 온 부모들이,
대학시험 때문에 난리를 치고 있는 마당에
이런 식의 채점과 합격 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게
만화같이 들릴지 모르겠다.
그런 꿈 같은 세상은 접어두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 모두는 하나같이
100점짜리 만점짜리 존재들임을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100점짜리들이 될 수 있는,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그런 존재들임을 알아달라는 것이다.
김연아처럼 피겨스케이팅을 잘 해서,
박태환처럼 수영을 잘 해서,
누구 아들처럼 서울대학에 입학을 해서,
그래서 100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어진 능력 주어진 환경을 그대로 수용한 가운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자신을 만들어냄으로써
100점 만점을 얻는 것이다.
확실히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체계와는 딴판이다.
그러나 이런 세상을 만들려고 깨어 있고 애쓰지 않는 한,
너도 나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온갖 추잡한 모습을 다 드러냄으로써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깊은 좌절과 슬픔을 안겨 주고
희망을 박탈하는 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유시찬 보나벤뚜라 신부 (순천 예수회 영성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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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誠’의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