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조만나스 지음 / 류해욱 옮김

부당한 느낌으로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가난한 이들을 생각합니다.

주어진 나날들
현대라고 부르는 오늘의 세계에서
여유와 풍요보다는
궁핍과 기아가 도처에 자리하고 있음을 봅니다.
저는 이것을 애써 잊고 살려 합니다
아니면, 그럴듯한 가면 뒤에 숨겨놓으려 합니다.

기도에서조차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시선을 주기보다는
소소한 자신의 걱정거리들을 생각합니다.

가난한 이들은 제게
저 자신이 필요한 것보다
너무나 많은 것을 지녔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까닭에
저는 슬그머니 그들에게 화가 납니다.

저의 양심을 자극하지 않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이 편합니다
절박한 상황과 곤경에 처한
그런 사람들을 맞추치고 싶지 않습니다.

굶주린 어린아이들
실직한 가정들
황달 걸린 엄마들
도시에 버려진 행려병자들
땅없는 농부들
사회적 보장이 없는 난민들
힘없는 미천한 자들에게서 저는 얼굴을 돌립니다.

진실이 두렵고 저를 놀라게 합니다
무력감과 분노를 느낍니다
왜 제가 이것을 바라보야만 합니까?
왜 저는 편안하게 저의 특권을 누릴 수 없습니까?
왜 당신은 제가 모르는 척하며
행복하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으십니까?
왜 당신은 저의 권리와 열망들이
타인의 그것들보다 더 중요하다는
그럴듯한 변명을 위안으로
짐짓 모르는 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으십니까?

저는 인간이 만든
기아와 부정에 대한 추한 통계 따위는
잊어버리고 싶습니다.

당신,
연민의 눈길조차 주고 싶지 않은
가난한 뭇사람들을
제게 상기시키려 하지 마십시오

제가 당연히 누리는 편안함들이
그네들의 땀으로 주어지는 것이라는
그런 말씀일랑 아예 하지 마십시오.

아마도, 가장 솔직하게 말한다면
저는 가난한 이들들 위해 기도할 권리가 없습니다
아마도 제가 마땅히 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들의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더 나는 세계를 위하여 나아가아 할 길을
우리에게 가르쳐 줄 것입니다.

진정 제가 관대함을 지녔다면
저의 나눔이 세상을 풍요함으로 채울 것입니다.

어쩌면 저야말로 진정 가난한 사람일 것입니다
저의 지님에도 불구하고
인간됨에서
사랑에서
저는 가난한 자입니다.

지닌 것을 잃을까 두러움에 떨고 있는
저는 가난한 자입니다.

더 나은 세계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가 지닌 것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 까닭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하기보다
"세상은 왜 이모양인가?"라고 중얼거리는 것으로
저의 할 일을 다했다고 자위하며
가난한 사람들일랑 잊고 싶습니다.

제게 용기를 주십시오
허무주의의 울 뒤로 슬며시 숨거나
저의 비겁을 덮어 줄 교묘한 이론들로 위장하지 않도록.
저를 도와주십시오
타인을 같은 꿈과 희망을 지닌
있는 그대로의 인간으로 보도록.
저를 도와주십시오
힘없는 자들의 외침에 마음을 닫지 않도록.

제가 지닌 것 때문에
저 자신이 우월감을 갖지 않게 해 주시고
저의 이웃이 지니지 못했다고 하여
그들을 무시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제게 가르쳐 주십시오, 인간됨에 대한 경외를.
깨닫게 해 주십시오
가장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람에게조차
당신의 현존이 머무르심을.

인간의 지님과 능력으로
인간을 재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 주십시오

제가 지닌 모든 것을 한 순간 잃을지라도
여전히 저는
무한한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것을 배우게 해 주십시오.

저의 가난함으로부터
저를 인간이 되게 해 주십시오-너그러운 그리고 따뜻한.
저의 눈을 열어 주시어
진리를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우리의 진정한 부(富)는
바로 우리의 참 인간됨임을 아는 진리입니다
우리의 위대함의 척도는 우리의 열망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이기심과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고
참 인간됨을 위하여
우리에게 주어진 무엇인가를 추구하려는 열망입니다.

이 위대함을 갈망합니다
기도합니다, 이 지혜를 위하여.


『햇살처럼 비껴오시는 당신』 가운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