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서리치는 행복으로 울 수 있기를  


주님, 
아무래도 저는
환자임에 틀림없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어디나 저의 병실입니다.
곧잘 숨겨버리던 마음을
이제는 아예 찾지 못하는 중환자이옵니다.

운명처럼 바다 가운데 자리를 잡고
도무지 거침이 없는 파도의 거센 매를
온 몸으로 맞고 살아야하는 중환자이옵니다.

혼미한 의식 속에
존재 자체가 고통이라고 울부짖던 날,
당신은 저의 의식을 거두어 가셨습니다.
사고를 멈추게 하셨고
잃어버린 마음에 대한 미련 조차
잊게 하셨습니다.

자아의 혼마저 빠져버린 날
제가 사라진 눈빛으로
비로소 저는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펼쳐진 바다, 그리고
수많은 바위들...


저마다 파도를 맞고
상처의 자국을 새기며 버티고 선
쓰러지지 못하는 바위들을 보았습니다.
일곱 번씩 일흔 번까지도 
고통스런 파도의 채찍을 맞으며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서 있습니다.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해야 하는 것,
그것은 저의 선택이 아니라
받아들여야할 운명이라고
그렇게 당신은 말씀하십니다.

이제 다만
어느 날 아픈 파도의 채찍이
당신의 부드러운 손길로
느껴지기를.

어둠으로 향하는
낙조의 고독 또한
몸서리치는 행복으로 울 수 있기를.


스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