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자가에 처형되심
십자가의 모양은 각기 달랐습니다.
보통 말뚝이거나 두 개의 막대를 가지고 X 자형으로 만들 수도 있었고,
보다 일반적인 것으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T 자형 십자가가 있었습니다.
세로(수직) 막대는 골고타에 항상 박혀있고, 형을 받은 사람은 무게가 약 75파운드(34kg)
정도 되는 가로 막대만 짊어지고 가도록 하였으며 그 가로 막대에 희생자를 눕게 하고
양손을 가로 막대에 얹어 못을 박았습니다. 그런 다음 들어올려 세로 막대에
새겨진 눈금에 맞추어 고정시키고 무릎을 구부리게 하고 두 발을 포개어 놓은
다음 못 하나만을 박았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사람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손과 발에 못을 박았기 때문에 중추신경은 마비되었고,
몸무게로 받는 압력으로 끊임없는 고통이 가해졌습니다.
거기다가 팔을 벌려 당겨 놓았으므로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었으며,
숨을 쉬려면 못 박힌 자기 몸을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해야만 하였으므로
참으로 혹독한 고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런 잔인한 형벌을 보고 어느 인정 있는 사람은 일종의 안정제인 몰약 섞인
포도주 한 잔을 희생자에게 줄 수 있는 허락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연민의 정이 강한 예루살렘의 부녀들도 예수님을 위해 이 안정제를
준비했으나 예수님께서는 마시지 않으셨습니다.
십자가형을 받는 사람의 머리 위에 그 사람의 신원과 사형의 이유를 적은
팻말을 달아 놓았습니다. 이때의 기록은 행정용어(라틴어), 교양언어(희랍어),
통상언어(아람어)의 세 가지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에 붙어 있는 "INRI"는 "유다인의 왕 예수 나자렛" 혹은 "유대인의
왕 나자렛 사람 예수" (Iesus Nazarenus Rex Iudaeorum)의 머리글자입니다.
이는 예수님의 죽으심이 종교적인 이유에서가 아니고 정치적인 이유라는 점을
알려주려 했던 것입니다.
희생자의 겉옷은 죄수를 호송한 군인들이 나누어 가졌습니다.
예수님의 옷은 매우 좋은 것으로 솔기(이음새)없이 지어진 옷이었습니다.
아마 예수님을 따르던 부유한 어떤 사람이 지어드린 옷이었나 봅니다.
군인들은 이 옷을 찢지 않으려고 주사위를 던져 차지할 사람을 뽑았는데,
이 장면에 대한 말씀은 구약성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 옷을 저희끼리 나누어 가지고 제 속옷을 놓고서는 제비를 뽑습니다(시편 22, 19)."
교부들은 그들의 저서에서 이 옷을 그리스도의 교회와 공동체의 상징으로 여겼습니다.
빌라도는 명패를 써서 십자가 위에 달게 하였는데,
거기에는 ‘유다인들의 임금 나자렛 사람 예수’라고 쓰여 있었다(요한 19, 19).
오후 세 시에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하고
부르짖으셨다. 이는 번역하면,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이다(마르 15,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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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