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76 이름: PBCFM | |
그대 얼굴의 주름이 얼마나 고운지요
아이들을 담당하는 일이라 맨날 뛰어다니던 제가 어려보였던 모양, 가끔 만나뵙는 할머님들 가운데는 바삐 다니는 저를 불러 세우고 손을 꼬옥 잡아주곤 했습니다. 그 잡은 손바닥에 느껴지는 꼬깃꼬깃한 종이... 천원, 이천원을 쥐어주며 하시던 말씀, "적지만 이걸로 담배 한대 사 피워요.." 그런 할머니를 라일락꽃 향기 가득한 성당 마당에서 우연히 만나 뵈었습니다. 한동안 서울에 다녀오셨다며 저를 보고 반가와 하던 그분은 어느 순간 실망한 듯한 표정을 하시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이 신부님도 늙었다.... 사제로 서품된지 십사년이 되어가지만 늘 첫해의 그 마음으로 나이가 든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실망한 빛을 보이는 할머님을 대하니 이상하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할머님이 원하시는대로 늘 청년같은 모습을 할 수도 없다는 생각에 돌아서는 할머니를 보고 저도 혼잣말로 중얼거렸읍니다. 자기는.... 하고 말입니다. 꽃이 피고 잎이 푸른 계절입니다. 늘어나는 얼굴의 주름을 애써 감추는 마음보다는 그 세월의 흐름 만큼 내면의 깊이를 더하는 아름다움을 챙기는 일에 더 마음써야함을 생각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그런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 아침을 맞이하고 계시겠지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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