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과서대로 산다는 것 우리가 처음 배움의 길로 들어설 때를 초등학교로 본다면, 가장 먼저 접하는 인생의 길잡이가 바로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올바른 사람이 되라고 교과서를 기준으로 가르친다. 그리고 교과서대로 정직하고 성실하며 공부 잘하고 다른 친구들의 모범이 된 아이들에게는 매학년 우등상을 주어서 칭찬한다.
이와 같은 일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마찬가지여서 대입수능시험에서 고득점한 수험생 인터뷰를 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보면 "교과서 위주로" 공부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출제위원 역시 교과서 내용에 중점을 두고 출제를 했다는 말을 한다.
사회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각 회사마다 사규라는 것이 있어서 모든 업무는 사규에 규정된대로 일을 처리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규정위반이라는 제재를 받게 된다. 군대에서도 흔히 말하는 에프엠(F.M. Formulation의 약자, 공식화, 정식화라는 뜻. 교본)이라는 것이 있다. 교과서와 같은 것인데, 에프엠대로 군사훈련을 하고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지난 번의 서해안 교전사건도 에프엠대로 대응했다면 어떤 군 지휘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교본이라는 것이 있다. 골프를 잘 치려면 골프교본을 사다놓고 여러 번 읽어가면서 기본자세를 익히든가, 아니면 비싼 렛슨비를 주면서까지 프로들에게 "교과서대로 하기"를 배우는 것이다. 스키를 탈 때도 교본대로 배우고 교본대로 타야 자기도 다치지 않으며, 주의사항을 잘 지켜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훌륭한 국민, 선진국 국민은 바로 교과서대로 사는 국민이다. 1,500년 전 신라의 엘리트인 화랑도 역시 교과서 내용에다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친구를 잘 사귀고, 부부간에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하라는 등의 삼강오륜이라는 것을 가르쳤다. 신앙인도 각 종교의 경전대로 살면 성인이 되고, 성녀가 되며 성자가 되는 것이다. 월드컵축구 국가대표팀의 히딩크 감독도 외부의 간섭을 멀리하고 자기의 판단으로 선수를 기용하였으며, 기초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교과서대로 차근차근 훈련해 왔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은행에서 대출커미션을 거절하는 지점장을 "꼬장꼬장하다"고 비아냥거린다.
선진국의 가장은 될 수 있으면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데, 우리는 직장에서 일찍 귀가하는 가장을 "시계추 같다"고 빈정거린다.
규정에 위배되니까 안된다고 하면 "융통성이 없다", "원리원칙만 따진다"며 욕한다.
2차선 국도에서 제한속도를 지켜 운전하면, 추월하는 운전자가 욕을 하며 지나간다.
구조조정에서 퇴직을 당하지 않고 남은 사람들은 교과서대로 산 사람보다는, 평소에 영향력 있는 상사에게 "손바닥을 잘 비빈"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事必歸正이란 말이 있듯이 교과서대로 살지 않으면 언젠가는 역효과가 나타나는 법이다. 요사이 사회 각 분야에서 뇌물사건이 불거져 대통령 아들이 구속되고,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모두가 교과서대로 하지 않은 결과인 것이다. 이혼율이 늘고 가정파탄으로 가출청소년이 증가하는 것도 부모가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은 탓이다. 교과서대로 한다면 폐수 무단 방출로 식수오염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환경파괴를 일삼는 대형 공사를 그만 두라고 시위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최근 월드컵 응원단이나 관중들이 자기 주변을 깨끗이 치우고 가는 일을 언론에서 크게 강조하여 보도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교과서대로 살지 않았으면 그럴까 싶다. 자기의 주변을 깨끗이 하라는 것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미 나온 것 아닌가?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성숙한 국민의식이 국내 프로축구 관람석이나 프로야구 관람석에서 계속되고 있다니 다행한 일이다.
앞으로는 제발 교과서대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너무 교과서적이다, F.M.대로 사는 사람이다"라고 비꼬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부터 교과서대로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어쩌면 나도 지금 안써도 될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교과서적인 이야기는 집어치우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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