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욕탕에서 만난 아줌마 어떻게 하다 보니 일요일에 목욕탕에 가게 되었다.
늘 한적한 평일에 다니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목욕탕을 보니
어릴 적 명절날의 목욕탕 생각이 나기도 했다.
대야 하나를 구해 비좁은 틈을 비집고 앉아 몸을 씻고 있으니
꽤 연세가 들어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들어오셨다.
등도 굽었고 관절염이 있는지 걷는 것도 편해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다른 날 오시지 왜 하필이면 이런 일요일에 오셨을까?
혼자 오신 불편한 몸의 할머니를 보니 괜시리 걱정이 밀려올 때였다.
“할머니, 여기예요. 자, 여기 바가지도 있고” 하며 어떤 아줌마 한 분이
할머니를 당신 곁으로 불러 앉히셨다.
자연스럽게 할머니를 대하는 것이 마치 딸이나 손녀 같기만 했다.
하지만 고맙다며 몇 번을 인사하는 할머니를 보니 아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마치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만난 듯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아줌마는 할머니께 탕 안의 물을 바가지로 몇 번이나 떠주고
나중에는 등까지 밀어준 뒤 슬며시 밖으로 나갔다.
그러더니 그 아줌마는 양손에 우유와 주스를 하나씩 가지고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는 할머니께 어느 것을 좋아하실지 몰라 두 가지를 샀노라며 드시라고 권했다.
할머니가 손을 저으며 사양을 하자 두가지를 다 손수 따서는 할머니 앞에 내어 놓았다.
그제서야 할머니는 주스를 드시고 아줌마는 우유를 마셨다.
난 친절한 아줌마에 대한 충격으로 마치 이상한 나라에 온 사람마냥
한참을 두 사람만 지켜보았다.
사실 아줌마가 할머니께 한 행동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이토록 그 일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내가 그분과는 달리
너무도 나만을 알고 있다는 증거였다.
일요일에 목욕탕이 붐빈다고 짜증만 내고 있었는데
나는 오늘 그 속에서 커다란 가르침 한 가지를 배우고 돌아왔다.
천사는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리더스다이제스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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