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날이 찹니다.
산골에는 살얼음이 얼고, 입에서 하얀 연기가 나오는 아침입니다.

엊그제 동해지구 체육대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왜그리 신부님 모습이 어른거리는지.
커다란 카메라메고 이리 저리 진종일 다리도 안아프신지 
신자들의 사진을 찍으시던 편안한 그 모습이 많이 그리웠습니다.

그리움이란...
속으로 간직되기에 들킬까봐 겁나는 기분.

그리움이란...
무엇을 보아도 눈이 어른거려 눈을 자꾸 비비게 만드는 간지러움.

그리 마음이 젖어있다 생각하니 신부님께 익숙한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사진을 찍었지요.
이 실력에....

신부님!
요즘은 고구마를 열심히 따고 있습니다.
흙을 밟으며, 흙먼지를 먹으며 
그윽한 자연에 감사하며 고구마를 캐고 있습니다.

귀농 5년차...
낯선 곳에서의 세월...
뒤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이제 마음을 내려놓은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가던 걸음이 버거워 
잠시 쉬며 옛생각에 잠겨있는지....

신부님!
내내 건강하소서.


-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