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꼬마 성인 말셀리노(2)    

다음날 그 소년이 가져갈 수 있도록 식탁 위에 빵을 놓아 두었습니다. 
소년은 살짝이 그 빵을 집어 들고 다락방으로 또 갔습니다. 
수사님들이 뒤를 밟았습니다. 
소년은 빵을 들고 십자가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아저씨, 오늘은요 우리 수사님들이 빵을 그냥 식탁 위에 쌓아 
두셨더라구요. 오늘은 가져 오기가 참 쉬웠어요. 많이 드세요,아저씨.”
하면서 빵을 예수님께 드렸습니다. 
그 소년은 그분이 예수님인지 누군지 잘 모르고 
어쨌든 성당 안에도 계시고, 창고인 다락방에도 계시고 하는 
그 헐벗은 아저씨가 참으로 불쌍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식탁에 앉아 편안하게 빵을 먹는데 식사도 앉아서 못하시고 
저렇게 매달려 계시니 얼마나 힘드실까?’ 오직 그 생각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아저씨, 힘 드시면 여기좀 내려 오셔서 쉬세요.” 
했습니다. 그랬더니 예수님께서 “그래. 어디 좀 그래볼까?” 하시며 
십자가에서 내려 오셨습니다. 십자가에서 내려 오신 예수님은 귀여운 소년 
말셀리노를 사랑스런 눈으로 내려보시며“말셀리노야, 내가 네 소원을 
들어 주고 싶구나. 네 소원이 있다면 말해 보려므나.”하셨습니다. 
“아저씨, 전 엄마가 무척 보고싶어요. 
아저씨, 제 엄마를 좀 보게 해 주세요.”하며 청했습니다. 
“그래, 그것이 정녕 네 소원이냐? 
나중에 얼마든지 네 엄마를 볼 수 있는데.”
예수님의 목소리는 이제 밖으로까지 들렸습니다. 열쇠구멍으로 들여다보던 
수사님은 물론 이제는 뒤에 섰던 수사님들도 그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아녜요, 아저씨. 나중에 말고 지금 보게 해 주세요. 
제 소원을 들어 주신다고 했잖아요. 엄마가 보고 싶어요, 
아저씨.”하며 떼를 쓰는 소년의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이리 오너라.” 하시며 예수님은 말셀리노를 
품에 안으시고 자장가를 불렀습니다. 
그때, 열쇠 구멍으로 들여다 보던 수사님이 하도 놀라서 
인기척을 내며 문을 건드렸습니다. 수사님들이 정신을 차리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예수님은 어느새 십자가에 그대로 계시고 
소년 말셀리노는 쇼파에서 십자가를 바라보며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습니다. 
수사님들이 말셀리노를 깨워보니 말셀리노는 이미 곱게 숨이 진 채였습니다. 
예수님은 귀여운 말셀리노를 그대로 하느님의 품으로 데려 가셨고 
그의 엄마한테 데려다 주신 것입니다. 

또 다른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성당에 나와서 기도를 하는데,
“주님 제 아들이 이번에 처음 대학에 갑니다. 꼭 붙게 해주시고, 
저의 집사람이 신경질이 좀 많은 편인데 그걸 좀 없애 주시고, 제 사업도 
잘 되게 해 주시고, 그리고 제 어머님이 늙으셔서 몸이 좋지 않으신데 그것도 
좀 낫게 해주시고, 제가 데리고 있는 사람이 거짓말을 잘하는데 못하게 
해주시고, 그저 모든 것이 두루두루 잘되게 해 주십오.”라고 기도를 했습니다. 
그리고나서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겼습니다. 

예수님께서 마음으로 그 기도에 응답해 주셨습니다.
“내가 네 기도를 잘 들었는데 말 끝마다 뭘 해 주십시오, 
어떻게 해 주십시오, 주십시오, 주십시오. 도대체 뭘 그렇게 나한테 달라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내가 너에게 주려고 내가 가진 것들을 살펴보니 
내 머리엔 가시관이 있고 내 손과 발에 못이 박혀있는 십자가 뿐인데, 
내가 너에게 십자가를 주려 하니 내가 매달려 있을 데가 없고, 
못을 빼서 주려고 하니 내가 떨어질 것 같고... 그래도 줄 수 있는 건 이 
머리에 쓴 가시관 뿐인데, 어떠냐? 내가 이것을 네게 줄테니 네가 가질테냐?”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아니요. 예수님, 그건 곤란합니다.”하면서 
그 아저씨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다음부터 그 아저씨는 마음을 고쳐 먹게 되고 그 후로 기도를 할 땐
“주님, 당신을 보니까 머리도 못 깎으셨군요, 저는 이렇게 이발을 했는데. 
예수님은 옷도 없으시군요, 저는 이렇게 한 벌 해 입었는데. 
시계도 없으시죠? 지갑도 없으시죠? 저는 지갑도 있고 
그 속에 돈도 있는데 당신은 가지신 게 참으로 없으시군요. 
제겐 가진 게 이렇게 많고 예수님께는 아무 것도 가지신 게 없는데, 
왜 제가 그런 예수님께 자꾸 달라고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예수님. 이제부터는 예수님께서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제게 말씀하십시오. 
제가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이 사회를 사는 우리들.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십자가를 보는 사람은 
이미 속화된 사람들로서 잘못된 시각으로 십자가를 바라보기 때문에 이미 
사회에서 우리에게 내뿜는 독에 마취 되어서 올바른 눈으로 
주님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십자가를 마치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가련한 사람들이 된 것입니다. 
소년 성인 말셀리노와 같은 십자가 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짐으로서 
우리는 이 사회의 귀감이 되어야 할 것이며, 
예로 든 그 아저씨의 고백이 우리의 기도로 승화 되어야 할 것입니다. 
신앙인의 올바른 시각으로 십자가를 바라볼 수 있도록 
모름지기 우리는 자기 중심이 아닌 십자가의 예수님을 중심으로 
십자가를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야 겠습니다. 
마치 독사에 물린 사람들이 구리 뱀을 쳐다 보면 독이 빠지듯이 
일주일 동안 세속의 먼지와 독소가 우리 몸에 밴 것을 주일날 이 미사에 
참석해서 십자가를 바라 보며 독을 빼어 버려야 하겠습니다.

역대기 하 36장 14절에서 16절, 19절에서 23절 
에페소서 2장 4절에서 10절 / 요한복음 3장 14절에서 21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