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께서 차려주신 식탁 앞에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라고 하신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식탁을 
마련해주신 것입니다. 식구는 곧 식탁에 앉는 가족의 수를 나타냅니다. 
어느 신문에 발표한 글이 생각나서 그것을 한번 읽어드릴까 합니다. 
제목은 식사법을 배우는 식탁의 교육입니다. 

흘리지 말고 먹어라.
반찬을 골고루 먹어라.
소리내지 말고 먹어라.
가만히 앉아서 먹어라.
음식을 삼킨 후에 이야기를 하거라.
남기지 말고 먹어라. 하시던 어머니 말씀을 들으면서 
어릴 때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던 생각이 난다. 
그때 그 정겨운 장면은 내 마음에 언제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마음의 고향, 
먹음의 원천과 같이 망막 위에 아른거린다. 
식사를 하다가 내가 뭘 좀 흘리면 어머니께서는 눈을 살며시 흘기시고는 
부엌으로 가셔서 행주를 가져와서 닦아주셨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밥을 먹을 때 간혹 생선이나 돼지고기 등을 집으셔서 
밥을 뜬 내 숫가락 위에 얹어주시며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것 하고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게 제일 좋다.’고 말씀하시며 
행복스런 표정으로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시기도 했다.

어머니께서는 밥상머리에서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 
식사 때 배울 수 있는 인생철학이었다. 
자극적인 음식을 계속해서 먹으면 고집이 센 사람이 되고, 반찬을 
가리지 않는 사람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싫어하는 반찬도 
잘 먹는 사람은 희생적인 성격을 가지는 사람이 된다는 말씀이셨다.
밥상에 오르는 음식은 이미 어머니께서 사람이 먹을 수 있다고 
판단하셔서 만든 음식이니, 투정을 한다는 것은 곧 불효하는 것이 되고 
이기심을 키우게 되는 나쁜 습관이라고 하셨다. 

밥상에서는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맛있게 먹는 행동은 여러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그렇지 않고 투정을 하는 것은 많은 사람을 괴롭게 하는 소지를 
보이는 것이라고도 하셨다. 어머니께서는 밥상에 앉는 자식의 태도와 표정을 
보시고 내 자식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또 얼만큼 먹어야 하는지를 잘 
알아차리시고 음식을 장만하셨다. 그 외에도 많은 것을 어머니께서는 가르치셨다.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유심히 보면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말씀이 그때 내게는 신기하게 들렸으나 이제와서 생각하니 
참으로 옳으신 말씀인 것 같다. 그때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던 건강상태란 
심리적인 건강, 정신적인 건강, 육체적인 건강까지도 포함한 것이었던 모양이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밥을 먹는 모습을 보시면서 그 모습만으로 그날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쪽집게처럼 알아내시는 재주도 보이셨다. 
어머니는 내게 있어 정신적인 건강을 돌봐주시는 신경정신과 전문의셨고 
육체적인 건강을 전담하는 주치의였으며 인생이란 관문을 원칙적으로 
가르쳐주신 철학선생님이셨다. 

수저를 입속에 집어넣을 때는 이빨에 닿는 소리가 안 나야 하며 
수저를 뺄 때는 입술을 꼭 오무려 천천히 빼야한다고 가르치셨으며 말을 할 때는 
수저를 정위치에 반듯이 놓고서 말하도록 시키셨다. 밥상에 앉아서는 
큰 소리를 내어서는 안되고 좋지않은 흉한 소리도 삼가야 한다고 하셨다. 
개도 먹을 때는 안 건드린다는 말과 같이 사람도 식사를 하는동안 만큼은 
겉이나 속에 절대로 자극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가정의 식사법이란 참으로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식사법이 곧 그 가정의 기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아버지께서 식탁에 앉아계시는 모습은 자녀들에게 안정감을 주어 자녀들의 
성격형성에 큰 영향을 주고 어머니께서 이끌어내시는 화목한 식사분위기는 
곧 자녀들에게 어머니를 느끼게 하는 뿌리가 된다. 

이와 같이 온 가족이 식탁에 함께 둘러앉아 기도하고 서로 얼굴을 보며 
사랑스러움을 느끼면서 미소를 지으며 함께 하는 식사는 그 가정의 앞날을 
발전적으로 이끌 것이다.그 가정의 분위기 파악을 위해서 제일 쉬운 방법은 
그의 집에 가서 식사를 해보는 것이라고 한다. 행복한 가정의 식탁에서 느껴지는 
푸근함은 방문자의 온몸을 포근히 녹여주어 삶의 신성함을 느끼게 해준다. 

신부들은 언제나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했던 그 식탁, 그 가정이, 
마치 사람들이 가슴 속에 옛고향을 지니고 있듯이 
지금도 그때 그 모습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 거리나 골목에 나가보면 웬 식당이 그리도 많은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현대 여성은 만들어서 먹기보다는 사서 먹는 것이 
훨씬 맛있다고 하는 건지, 오늘날의 남성들은 집사람이 해주는 음식보다는 
외간여자들이 만들어주는 음식이 더 좋은 건지, 
너무나 달라지는 풍속도에 나의 추억의 밥상은 적응하기 어려워진다. 
여기까지가 언젠가 신문에 실었던 글입니다. 

우리가 집에서 식사를 할 때는 가능한 한 좀 일찍, 또는 좀 늦게라도 좋으니 
온식구가 함께 시간을 맞춰서 식사법과 식사예절을 지키면서 오손도손 모여서 
식사를 같이 할 때 여러분 가정의 미래가 밝으리라 여겨집니다. 
구태여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하는 뜻이 무엇이겠습니까? 
그 속에 깊은 뜻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식구입니다. 
이 식탁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시고, 이후에 예언자를 통하여 요리사에게 들려 
내려주신 것입니다. 

그 요리사는 바로 예수님이셨습니다. 하늘나라 식탁 하나를 위해서 말씀으로 
태어나셨고 에집트로 피난 가셨고, 40일의 수난을 겪으셨고, 환난자를 돌보셨고, 
죽은 자도 살리셨고, 하늘나라를 가르치셨고, 끝내는 자신이 몸을 송두리채
 ‘몸이니 받아먹어라. 이 살을 먹지 않고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없다’고 
하시며 꾸며 주신 식탁이 바로 이 제대라는 식탁이며 음식이 곧 영성체입니다. 

이 천상 식탁에 초대 받은 우리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이 행복한 초대에 응해놓고 우리가 어디가서 무엇을 얻겠다고 돌아다니겠습니까? 
돈을 아무리 벌어서 가지고 있어 봤자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서 100점 짜리 수백개를 먹어도 영원한 생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오직 주님께서 차려주신 식탁인 영성체 하나를 제외하고는 
이 세상 것 무엇을 먹든 그것은 죽음으로 가는 먹음입니다. 
하느님의 식구인 우리는 이 천상 식탁을 떠나서는 결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길거리의 음식을 아무리 먹어 본들 가정에서 사랑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그 음식에 비하겠습니까?
주님께서 만들어주신 이 식탁에 찾아오신 여러분!
우리 이 식탁에 둘러앉으면서 자신들을 한번 되돌아봅시다. 
과연 천상 음식을 먹기에 나는 합당한지?
나는 이 천상 음식을 먹기 위해서 얼마나 준비했는지?
나는 이 천상 음식을 받아먹기 위해 일주일간 주님께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 보면서 하느님의 식사를 맞갖게 받아 먹는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