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氣)를 펴고 삽시다    

모든 사람에게는 기(氣)가 있습니다. 
기는 우리 몸의 어느 부분에서 나오는 것인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기를 쓴다’ ‘기를 받는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기, 
예수님의 기가 우리 몸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우리 자신들을 열어놓아야만 합니다. 

사도행전의 성령강림 내용을 살펴보면 혀 모양의 불덩이가 나타나서 
겁을 먹고 방안에있던 제자들과 성모님 그리고 또다른 제자들 모두에게 갈라져 
각자의 머리 위에 내리고 그 중 으뜸 역의 베드로 사도가 더 이상 숨어있지 않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고 되어있습니다. 
그 장면을 우리가 오늘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오늘날 우리도 얼마든지 
주님의 기 가운데 살아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님의 승천후 불안한 사도들의 생활. 그들은 주님이 돌아가신 후 50여일동안 
주님을 따르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다 흩어졌습니다. 

그리스도를 왕으로 하여 이 세상에 왕국을 건설해 장관자리 하나쯤은 맡아놓은 
당상으로 생각했던 그들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시자 그만 희망을 잃고 실의에 
차서 흩어집니다. 이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앞에 나타나셔서 제자들의 마음을 
다시 일깨우시고 정신과 마음을 일치시켜 한자리에 모으십니다. 
이렇게 하신 후 40일, 예수님은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승천을 하십니다. 
제자들은 다시 의지할 곳을 잃고 주님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신 줄로만 
알고 공포에 떨면서 누가 방문을 두드리기만 해도 소스라쳐 놀랄 정도로 겁을 
먹고 모여 있었습니다. ‘흩어지지 말고 모여 있어라 내가 협조자를 보내주마’ 
하셨는데도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신을 훔쳐다 놓고 사기를 친다는 말도 있었고 
그런 제자들을 잡아다가 족쳐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도 있었으니 
더더욱 겁을 먹었을 것입니다. 누구 하나 사람들 앞에 나서서
 ‘내가 예수님의 제자요!’ 하고 나설 용기를 가지지 못했었습니다. 
그렇게 숨어 지내면서 그들은 성모 마리아를 중심으로 한자리에 모여서 
열흘동안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무슨 얘기들을 했을까 한번 상상해 보십시다. 
“우리가 이래도 되는 걸까? 죽은 사람도 살리신 예수님이신데 죽으신 후에도 
육신으로 부활하셔서 우리 앞에 나타나신 예수님이신데 그런 분을 마음에 
모신 우리가 이렇게 무서움에 떨며 숨어있어야만 하는가?” 그랬을 것입니다. 

사도 베드로를 중심으로 여러 제자들이 예수님의 행적을 더듬으며 열흘동안 
피정을 하면서 제자들의 마음은 점점 더 뜨거워졌을 것입니다. 
“그렇다. 주님은 신기한 분이시다. 예수님 같으신 분은 인류사에 더이상 
있을 수 없다.” 이런 마음이 서로들 사이에 일치를 이루는 순간 성령이 
하늘에서부터 뜨겁게 내려오신 것입니다. 
그 순간 그들은 하느님의 기를, 주님의 기를 받았고 그래서 겁에 질렸던 
그들 중에 누가 ‘그렇다. 맞다. 동의한다.’ 하면서 동시에 일어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더이상 눈앞에 보이지 않으시는 예수님 때문에 
남의 눈치를 봐가며 열흘동안 죽느냐 사느냐로 심각한 번민을 했던 
그들 제자들에게 드디어 성령이 내렸다는 것은 그러한 절대적 상황에 처한 
그들의 눈에 광채가 번뜩이고 불같은 생기가 돌고, 그런 가운데 하늘에서 
천둥소리까지 울리자 “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가자! 
나가서 외치자!”그렇게 상황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도 베드로께서 앞장을 서서“우리가 바로 예수님의 증인이요. 
우리가 예수님을 증언하지 않으면 누가 예수님을 증언하겠소?” 하며 
밖으로 나갔을 때, 강렬한 빛이 사도들의 몸에서 번득였을 겁니다. 
사도들은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주님과 함께 죽자’ 그런 각오를 그들이 못했더라면 어쩌면 
그들 자신에게 파멸이 올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이 그들에게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그들의 용기는 당시로서는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때마침 장날, 
그곳 주위에 모여선 많은 사람들을 향해 베드로 사도는 외칩니다.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박아서 죽이신 예수님은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그 예수님을 죽이신데 대해 여러분과 여러분의 후손들은 책임을
 지셔야만 합니다.”하며 유대인을 고발했습니다. 
그 자리에 모여 있던 모든 유대인들은 그 제자들이 어느나라 말을 했어도 
다 알아들었을 것입니다. 설령 우리가 그 자리에 있었다 하더라도 
알아들었을 것입니다. 


사도 베드로가 기를 쓰며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피의 대가를 요구하고 
나섰을 때 수많은 청중은 이미 기가 죽어서 베드로 사도의 기를 받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것이 바로 기의 대결에서 
사도들의 기가 이겼던 결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가 꺾였습니다. 
유대인들은 겁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세례를 받으시오.” 라고 외치자,“그래,그래야 되겠지. 
용서받으려면 그럴 수 밖에 없어.” 
그랬을 겁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오순절 성령강림일에 있었던 
상황이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마음으로 알아듣고, 눈치로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가끔 천주교에 의해서 이 사회와 
만날 때 괜히 기가 죽어버립니다. 왜 우리들의 기가 죽습니까? 사회의 
모든 요인들이 우리에게 
겁을 주는 것이 많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기가 죽어서는 안됩니다. 

‘겨자씨만한 믿음이 있다면 이 산보고 저 산으로 가라고 해도 갈 것’ 이라고 
하셨습니다. 믿음이 바로 핵(核)입니다. 그리스도만 믿는다면 
나도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신앙, 그것 하나면 됩니다. 
‘다 죽어도 나는 안 죽어’ 이런 기를 가진다면 무서울게 뭐 있겠습니까? 
우리가 믿는 바가 돈이요, 우리가 믿는 바가 세속이요, 
나의 육신과 능력이요, 내 남편이요, 내 집안이다 보니 
우리는 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나는 구원 받은 사람이다. 나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 
하는 믿음이 약하다 보니 우리가 기를 쓰지 못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왜 우리 천주교 신자들의 기가 죽어 있습니까? 그러지 맙시다. 
각자 자신의 신앙을 겨자씨만한 믿음으로 키워 놓고 그 다음에는 불의 앞에서 
기를 쓸 줄 알고, 고통 앞에서 기를 써서 견뎌내며, 어려움 앞에서 기를 쓰고 
뚫고 나갈 수 있어야만 합니다. 예수를 믿는 사람인 우리들 가톨릭 신자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의 후손입니다. 
그러기에 천주교에는 순교자가 많았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순교자의 후손답게 그런 기를 가지고 생기있는 믿음을 지녀야 겠습니다. 

『 오순절 날이 되어 신도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는데...... 혀 같은 것들이 
나타나 불길처럼 갈라지며 각 사람위에 내렸다 (사도 행전 2장 1절에서 3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