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구 소녀가 된 천사 (2)     

제가 그 평신도의 강연을 들은 후 약 7년, 
저는 다시 그곳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그들 내외에게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태생 소아마비에 
걸려있었습니다. 그곳 본당 신부님과 함께 미사를 드렸는데 제대에 올라서 
앞에 앉은 그들 가족을 보니 제 가슴이 무척 답답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언니는 동생을 감싸안고 미사를 보더군요.  
미사가 끝나고 그곳 본당 신부님께서 저보고 그 집을 한 번 가서 보고 
오라고 하시더군요. 아이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실텐데 어떻게 가겠느냐고 
했더니 그러니까 한 번 가봐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내외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 집에 들어가는 순간 다시 저는 깊은 감명에 빠졌습니다.  
소아마비 어린이에게 그 식구들이 바치는 정성이 저로 하여금 
‘바로 여기가 천당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했습니다. 

그 부인께서 제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병원에서 첫 아이를 낳고 둘째 아이를 낳을 때도 병원에 갔었다고 합니다.
아이가 다리 한쪽이 먼저 나오고 머리도 찌글어져 나오는데 그때는 
눈앞이 캄캄해서 1주일을 내외가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울기만 했답니다. 
퇴원할 때 그들의 부모가 와서 아이를 데려가고 내외는 함께 
자기들이 열심히 다니던 성당으로 찾아갔답니다. “하느님 왜 이러셔요?
왜 이렇게 하십니까? 이것이 무엇입니까? 저보고 어떻게 살라고 이러십니까?”
눈물만 나오고 가슴만 터지도록 아팠답니다. 그리고 한참 후였습니다. 
갑자기 남자가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 온몸에 기운이 돋아 성당 밖으로 
힘차게 뛰어 나왔습니다. 
‘아! 세상은 그대로 있었구나’ 남편은 참으로 신기함을 느끼고 뒤돌아보니 
부인이 방긋이 웃으며 따라오고 있더랍니다. 
그 부인은 내게 “하느님께서 우리 가정을 특별히 사랑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로 인해 구원을 하셨듯이 우리도 바로 하느님으로부터 
그 십자가를 받았습니다. 나는 이 십자가를 내 일생 기쁨으로 지고 
가겠습니다.” 고 말했습니다. 그 부인은 또“제가 그때 성당에서 무슨 
뜻으로 제게 이런 고통을 주시느냐고 하면서 예수님께 이 아이가 누구냐고 
기도했더니 주님의 대답이 ‘내가 보낸 하늘나라의 천사이다.
바로 내가 너희 집에 간 것이다.’”그렇게 말씀하시더란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집에 오셨다’ 그때 그녀는 힘이 나더랍니다. 

그 딸의 본명은 안젤라였습니다. 안젤라는 천사라는 뜻입니다.  
그 집에서는 언제나 천사님께 우선권을 드립니다. 
무엇을 할 때도 ‘천사님, 이렇게 이렇게 할까요?’ 묻고 그러더군요.
“천사님, 식사를 신부님께 먼저 드릴까요?” 
천사 아이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매사가 그런 식이었습니다. 그것은 그 집안 예절이 됐습니다. 

그 아이는 자기가 천사임을 믿으면서 자신이 그 가정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날 그 소녀의 아버지가 평소보다 5시간 쯤 늦게 들어오시게 됐답니다. 
“천사님, 오늘은 아빠가 늦으시네요.”
엄마가 그랬더니 꼬마 소녀가 휠체어를 타고 문 앞으로 가서 묵주를 들고 
기도를 바치더랍니다. 그러다가 그 묵주를 손에 든 채 잠이 들었답니다. 
그 아버지가 11시 쯤 들어오시다 그 장면을 보니 한 손에는 묵주를 들고 
평화로이 잠든 그 모습이 정말로 천사의 모습이더랍니다. 
그 아버지는 천사 앞에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속으로 빌었다고 합니다. 
그 소아마비 소녀는 아직도 천사처럼 살고 있습니다. 
마침 오늘 그 동네에 부고가 있어서 제가 전화 통화를 하며 
안부를 묻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주교단에서 가정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내려주신 참 선물은 이 세속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아닙니다. 우리가 곧 하느님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함이 신앙입니다. 신앙의 각도는 곧 나 자신을 
하느님 위치로 올려놓고 세상을 보는 하느님의 시각이어야만 합니다. 

사도행전 10장 25절에서 26절, 34절에서 35절, 44절에서 48절
요한복음 4장 7절에서 10절 / 요한복음 15장 9절에서 17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