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를 주고 하나를 얻는 순리    

그 액세서리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웃음을 짓게 된다. 
가게 유리벽에 붙어 있는 짧은 문구 때문에. 
‘남자친구 바뀌신 분도 안심하고 오세요. 
모른 척해 드립니다.’ 

주인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 가게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니, 
반짝이는 액세서리들 사이에 금박 철사를 주물럭거려 
만든 반지를 함께 진열해 놓고 ‘50원’이란 가격표를 
천연덕스럽게 붙여 놓았다. 
서울 대학로에 있는 액세서리 가게 ‘체리 파이’의 주인장인 
구자성(34세) 씨는 액세서리를 파는 일이 즐겁다고 말한다. 
물건을 구경하거나 사가는 이들은 하나같이 
기분 좋은 얼굴이기 때문이다. 
어두운 얼굴로 액세서리 가게를 찾을 이유 같은 건 
역시나 떠올리기 힘들다. 그처럼 기쁨을 파는 그 곳에, 
그는 누구보다 어울리는 사람이다.
   
“예전에 쓰던 다이얼 전화기 있잖아요. 
숫자 구멍에다 손가락을 집어넣고 돌리는 거요. 
저는 그 전화기가 참 좋거든요. 
1을 걸려면 1에 해당하는 만큼, 9를 걸려면 9에 필요한 만큼 
손가락을 움직여 줘야 하잖아요. 
요즘 쓰는 버튼 식 전화기는 1이든 9든 아무 차이 없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니 재미없죠. 
제 장사 원칙은 그 다이얼 전화기 같은 거예요. 
손님들이 돈을 낸 만큼 확실하게 드리는 것. 
장사뿐 아니라 삶의 어떤 부분이든 다 그래요.”

그에겐 행복이란 것도 열심히 추구한 만큼 
거두는 게 마땅한 ‘노력의 대상’이다. 

“사람들을 보면, 의외로 행복해지려고 하는 욕망이 없는 것 같아요.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만큼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는 건데.”

하루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아느냐고 그가 물었다. 
하루의 시작은 내가 눈을 뜨는 그 순간부터란다. 

“영화나 연극을 볼 때마다 무대 한가운데 있는 
주인공이 참 멋있고 부러웠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인생이라는 무대의 한가운데 있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이더군요.” 

샘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