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면 그 사람의 부분을 얻지만
사랑하면 그 사람의 전부를 얻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사람은 본래 부모의 교환 속에서 태어나 삶을 출발하며 
사람과의 교환을 통하여 자신을 발전시키고 완성해 나가나이다. 
이것이 바로 모든 사람의 똑같은 인생의 경로이나이다. 

인생의 풍요로움은 관계의 확산이며 인생의 실패는 관계의 빈곤이나이다. 
남을 좋아하면 점차적으로 관계가 좁아지지만 남을 진정으로 사랑하면 
관계가 계속 확장되나이다. 

좋아하는 것은 본능적이고 기호적이며 상당히 이기적이나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하면서 되돌아오지 않는 반응에 대해 실망하고 원망하게 되나이다. 

님이시여, 
나의 원의와 상관없이 상대방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소서 
여기에 상대방의 자유스러움이 있고 이러한 자유는 순수한 사랑에서만 나오나이다. 
이 자유는 옳고 그름과 기대와 불만을 뛰어넘는 그 사람의 유일한 
천부적인 영역이며 긍정적인 자존심이나이다. 
옆에서 보면 그 사람의 단면만 보이지만 
위에서 보면 그 사람의 존재를 볼 수 있나이다. 
좋아하는 것은 대기권이며 사랑은 대기권 밖의 무한한 우주와  같나이다. 
대기권 안에서는 변화무쌍한 자연과 같이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지만 
대기권을 벗어나면 언제나 같은 상태에만 머물 수 있나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대기권 밖의 우주처럼 변화가 없으며 
시공간과 상관없이 그 사람의 존재를 볼 수 있게 되나이다. 
마음은 존재의 부분이며 좋아하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상대적으로 관계할 뿐이나이다. 
좋아하는 것에서 사랑하는 것으로 넘어가는 유일한 방법은 순명이나이다. 

순명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의지이며 
순명을 통하여 기호적인 부분이 사랑이라는 전체로 옮겨가게 되나이다. 
이는 자기 자신의 불완전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 시작되나이다. 
자신의 현재 주어진 모든 관계 고통의 환경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하나이다. 

그래서 님이시여, 
나의 아픔이 있을 때 벗어나고픈 본능적인 기호성을 순명을 통하여 
극복하시고 그 아픔으로부터 벗어나소서, 
그럴때 님께서는 아프면서도 웃을 수 있으며 속상해하면서도 
편안해 질 수가 있게 되나이다. 

모름지기 좋아하면 희로애락이 끊이질 않지만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희로애락이 사라지나이다. 
끊임없는 자기 인정과 자아포기를 통하여 존재의 가벼움을 간직하소서. 
그래서 대기권 밖에서 지구의 모든 인생의 희로애락을 바라보소서. 
참으로 아름다운 생명의 역동이며 서로의 완성을 향한 성스러운 투쟁이나이다. 

님이시여, 인생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나이다. 
대기권 밖에서 보면 지구가 푸르듯이 지금 겪고 계시는 관계의 복잡함과 여러 가지 
고통들을 순명으로 반드시 완성 하소서, 사랑으로 기필코 마무리 지으소서, 
버려진 사람들을 사랑하시는 님의 의지만으로 능히 해내시리라 믿나이다. 
사회에서 성공하기보다 인생에서 성공을 바라시는 님에게 
존경과 감사의 뜻을 드리고 싶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 최영배 비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