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칠한 파란색과 열번 칠한 파란색은 같은 파란색입니다
그러나 똑같은 파란색은 아닙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 
우리는 그 어떤 사람을 두고 참 "단순하다" 
아니면 "착하다"라고 표현하나이다.
그러나 파란색이  똑같은 파란색이 아니듯이 
단순함도 똑같은 단순은 분명 아니나이다.
고통을 지나지 않은 단순은 
고통의 긴 터널을 거쳐온 단순과 다르나이다.
좋은 환경 속에서 지켜온 착함은 
고난과 아픔을 함께 겪은 착함과 다르나이다.

머리로서 단순한 것은 엷은 단순이오며
가슴으로 단순한 것은 깊고 깊은 단순이나이다.
머리로 가꾼 단순은 그 어떤 경우에든 보존되나이다.
머리에 있는 단순은 착각이지만
가슴에 있는 단순은 현실이나이다.
머리로서 단순한 사람은 율법을 지켜 단순함을 유지하지만
가슴으로 단순한 사람은 사랑을 행하여 단순성을 완성하나이다.

참으로 단순하신 님이시여,
한번 겪은 고통으로 진정한 행복이 손에 닿으리이까 ?
한번 흘린 눈물로 해맑은 웃음이 찾아오리이까 ?
한번 마음먹은 의지로 밝은 미래가 약속되나이까 ?

진정 우리는 어느 쪽의 단순이나이까 ?
한번 칠한 단순으로 순박한 척 살아가지는 않으시나이까 ?
한번 칠한 착함으로 의인처럼 행사하지는 않으시는지요.
부디 우리의 단순함과 착함을 사랑으로
열 번 백 번 칠하시어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파란색이 되시옵소서.

진실한 사랑은 어떠한 경우에든 지워지지 않나이다.
그러기 위해서 항상 겸손해야 하나이다.

- 최영배 비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