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령 성 월



살아있는 사람들의 하느님

“모세도 떨기나무 대목에서 '주님은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라는 말로 이미 밝혀 주었다.
그분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사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는 것이다." (루카20,37-38)

사도 바울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하느님께 바치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이 향기는 구원받을 사람에게나 멸망당할 사람에게나 다 같이 풍겨나가지만 
멸망당할 사람에게는 역겨운 죽음의 악취가 되고 
구원받을 사람에게는 감미로운 생명의 향기가 되는 것입니다.”(2고린2,15-16)

살아서 움직인다고 다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다.
죽었다고 다 죽은 사람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죽었지만 아직도 살아있고, 
어떤 사람은 살아있지만 이미 죽어버린 사람이다.

누가 나자렛 사람 예수를 죽은 사람이라고 말하는가. 
하느님께 歸依하고, 하늘의 뜻(天命)에 따라서 사람들을 사랑하던 예수,
위타행爲他行과 이타행利他行으로 하늘의 문을 연 예수는 
지금도 진리와 생명의 빛이 되어(요한14,6) 
우리 인생들의 등불이 되고 있다.

누가 인도의 마더 데레사를 죽은 사람이고 말하는가. 
그녀는 죽지 않았다. 
지금도 생명의 향기를 풍기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과 기쁨을 주고 있다. 

하느님을 든든한 반석으로 삼았던 믿음의 사람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도 죽지 않았다.
감미로운 생명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이고
하느님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하느님이다.

어떤 사람은 살아있지만 지독한 죽음의 악취(屍臭)를 풍긴다.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시취屍臭가 나는 것은 
그에게 생명력이 없기 때문이다.
미움과 증오, 원한과 원망, 탐욕과 이기심에 사로잡혀 
‘자기네 뱃속을 하느님으로 삼고 수치를 오히려 자랑으로 생각하며 
세상일에만 마음을 쓰는 자들’은(필립3,19) 살아있지만 이미 죽은 자들이다. 
죽은 자들에게서 시체 썩는 냄새(屍臭)가 나기 마련이다.

그대에게서는 어떤 냄새가 나는가?(一明)


▒ 마산교구 강영구 루치오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