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여라.

그대에게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입니다.
‘지척(咫尺)이 천리(千里)’라는 말을 아십니까? 
가까이 있어도 마음이 멀면 천리만리나 떨어진 
먼 곳에 있는 사람과 같다는 말입니다.
하물며 가슴 속에 증오와 원망, 
적개심과 원한을 품고 있다면 가까운 사람도 이미 적이요 원수입니다. 

거리의 가까움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 국토의 허리를 동강내고 있는 38선이
민족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장벽이 아닙니다. 
38선이 걷어진다하더라도 우리들 가슴 속의 미움과 증오,
원망과 원한을 버리지 못한다면 평화통일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남북이 한겨레요 한 핏줄이라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돈에 눈이 멀어서 제주도에 효도여행 간다면서 
늙은 어머니를 버리고 오는 자식이 있는 세태(世態)를 생각하면, 
한겨레요 한 핏줄이라는 사실이 통일과 화해의 바탕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족통일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먼저 
민족 구성원들 개개인의 회개(悔改)가 있어야 합니다. 
지난 날 미워하고 증오하며 서로의 가슴에 
총질을 했음을 참회(懺悔)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움과 증오,원망과 적개심을 버리고 
서로를 자비지심(慈悲之心)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진심으로 서로 용서해야 합니다.
진정한 화해(和解)와 일치(一致)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당신 가슴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들여다보시겠습니까? 
38선을 가로막는 철책선보다 더 무서운 
미움과 증오와 원망이 들어있지 않습니까?
화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으로 통일의 초석이 되기를 기도합니다.(一明) 

  ▒ 진주 옥봉동성당 강영구 루치오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