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역할은 달라도 생명과 존재의 무게는 같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 
사람의 역할은 서로가 다르나이다. 그리고 달라야 하나이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역할들이 활발하게 교환되면서 
사건과 문제들이 생기고 이들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인생을 바쳐주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나이다. 

역할은 분명 달라야 하나이다. 
그러나 그 역할은 낮과 밤이 바뀌듯이 언젠가는 자리바꿈 하나이다. 
역할은 잠시지만 존재는 영원하나이다. 
만약 역할이 서로 바뀌어 돌지 않으면 
모든 인간관계는 정체 상태에 놓이게 되며 
그 상태는 다름 아닌 죽음이나이다. 

높은 자가 어느날 낮은 자가 되고 
가진 자가 빈손으로 공원에 앉아 있게 되나이다. 
낮은 자가 어느날 높은 자리에 있고 
가난한 자가 가벼운 마음으로 흔들의자에 앉아 있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언젠가는 바뀌어질 역할에 
자신의 인생과 목숨까지 거는 어리석은 군중 속에 섞이지 마소서. 

참으로 모든 역할은 시기 질투의 대상이 아니라 
책임이며 의무이나이다. 
모든 역할은 멸시와 천대의 대상이 아니라 
고유하고 아름다운 권리이나이다.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고 만족하면서 한 세상 살아들 가시더이다. 
그렇게 멀지 않는 날에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야하지 않나이까 ? 
죽음은 모든 사람들의 역할을 평등하게 만드나이다. 
우리는 그때 똑같은 수의로 갈아 입게 되나이다. 

님이시여, 
우리 모두 사람으로서 기쁘고 행복하나이다. 

- 최영배 비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