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은 아득한 저쪽으로부터 온다 

눈내린 조용한 숲을 지나서 
그리고 황혼은 그 겨울의 봄을 
창마다 밀어댄다 가만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서 
어느 집이나 모두 조용해진다 
노인들은 팔걸이 의자 속에서 생각에 잠기고 
어머니들은 여왕님같다 
아이들은 이제 놀기를 그만두고 
하녀들은 더 길쌈을 하지 않는다 
황혼은 집 속을 살펴보고 
집 속에선 다들 바깥을 살펴보고 있다 
사랑의 노래 
그대의 넋을 건드리지 않으려면 
어찌 내 넋을 간직하리까 
그대를 넘어 다른 것에로 그것을 돌릴 수 있습니까? 
오, 그의 암흑 속에 잃어진 것 그 어느 곁에서 
그대의 마음이 울리고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낯설고 고요한 곳에 
나의 넋을 드리고 싶습니다 
허나 우리들, 그대와 나를 건드리는 모든 것을, 
두 줄의 현에서 한 음을 자아내는 
바이올린의 활처럼 우리를 한 데 사로잡아 주세요 
어느 악기 위에 우리는 매여 있습니까? 
어느 연주자가 우리를 손에 쥐고 있는 것입니까? 
오, 달콤한 노래여 

 -릴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