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많으면 물이 맑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끝없이 펼쳐지는 평지는 물이 탁하며 반대로 
산과 산이 이어지는 땅은 물이 맑으나이다. 
평지를 흐르는 물은 그 흐름이 느려서 탁하며 
산과 산을 내려 흐르는 물은 그 흐름이 빨라 맑으나이다. 

마찬가지로 평탄한 인생의 땅을 밟아온 사람은 풍요로우나 
그 영혼은 탁하고 반대로 많은 어려움과 큰 아픔을 거쳐온 사람의 얼굴은 
투박스러우나 그 영혼만은 한없이 맑으오이다. 
사람의 얼굴은 태양빛을 볼 수 있을 동안만 빛나지만 
그 사람의 영혼은 땅속에서도 그 빛을 더해만 가나이다. 

하오니 님이시여, 
맑은 영혼을 가꾸시려면 관계 속에서 사람과 사람을 넘으소서. 
이 사람을 피해가고 저 사람을 돌아가면 결국 피할 수 없는 
자식과의 관계에서 고통을 당하게 되나이다. 

이 세상의 모든 영혼은 이웃을 거쳐 무한한 우주와 영원한 세상으로 흐르고 있나이다. 
이 세상에 그 누구도 이웃을 거치지 않고서는 원하는 그 곳에 
절대로 다다를 수가 없나이다. 이웃은 원수인 동시에 구원이나이다. 

사람을 선택하고 피해가는 사람은 머리는 편안할지 모르오나
가슴은 탁해지고 더러워져 가나이다. 
옳고 그른 것만 가지고 사람을 관계하는 사람은 자기의 자존심은 
지켜 갈수 있을지 모르오나 자신의 영혼은 잃어버리게 되나이다. 

그래서 님이시여, 
똑똑한 사람은 어리석음으로 넘으시고 교만한 사람은 겸손으로 넘으소서. 
증오스런 사람은 용서로서 넘으시고 권위적인 사람은 순명으로 넘으소서. 
미래가 불완전한 사람은 그 사람의 역할을 존중하면서 넘으시고 
과거가 지저분한 사람은 그 사람의 생명과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넘으소서.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자존심만 내려놓으시면 우리는 그 어떠한 사람의 높음도 쉽게 넘어 설 수 있나이다. 
자존심의 포기는 곧 사랑이나이다. 
부디 한평생 사는 동안 높고 높은 산들을 힘겹게 넘으시어 
맑디맑은 님의 영혼 영원히 살게 만드소서. 

 - 최영배 비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