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예로니모 2007/7/12(목)

아버지의 조건   아버지의 조건            작자 미상 하느님이 만드신, 산처럼 힘세고 나무처럼 멋있고 여름 햇살처럼 따뜻하고 고요한 바다처럼 침착하고 자연처럼 관대한 영혼을 지니고 밤처럼 다독일 줄 알고 역사의 지혜 깨닫고 비상하는 독수리처럼 강하고 봄날 아침처럼 기쁘고 영원한 인내심을 가진 사람, 하느님은 이 모든 걸 주시고 더 이상 추가할 게 없을 때 당신의 걸작품이 완성되었다는 걸 아셨다. 그래서 하느님은 그를 ‘아버지’ 라 불렀다. ************************** [너털웃음 짓지만 뒷모습이 쓸쓸한 당신] 하느님의 걸작품, 힘세고 멋지고 지혜롭고 모든 걸 인내하는 사람, 바로 ‘아버지’입니다. 늘 의식의 언저리에서 나를 지켜주는 사람, 내가 넘어지면 언제든 받쳐줄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그러나 ‘아버지’ 라는 이름 뒤에는 우리가 모르는 낯선 사람이 숨어 있습니다. 이 넓은 세상이 너무 겁나서 어디엔가 기대고 싶고. 간혹 남 몰래 소리 내어 울 곳을 찾는 슬픈 사람이 있습니다. 당당한 아버지, 유능한 남편, 좋은 아들이 되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짐짓 용감한 척 정글의 투사가 되어보지만, 이리 몰리고 저리 부대끼면서 남는 것은 빈 껍데기 꿈뿐입니다. 너털웃음 웃고 돌아서도 황혼녘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이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사람, 바로 우리들의 아버지입니다. ********* ********************* 몽당붓 이 붓 어찌 함부로 던져버리랴 나를 재상으로 만들어 주었는데. 이제 내 머리도 똑같이 벗겨졌으니 두 늙은이 서로 친하게 지내면 되겠네. ********* 늙은 자신과 모지라진 붓을 동일시하는 시선이 쓸쓸하면서도 따뜻하다. 사소한 사물에 마음을 불어 넣고 그 사물과 맘을 주고받는 그의 상상력이 놀랍다. ********* 오늘도 이규보의 시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