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골라 먹으면 몸이 마르듯이 사람을 골라 사귀면 인품이 마릅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음식을 골라 먹으면 몸이 상하나이다. 
밥상의 음식을 차려진대로 골고루 잘 먹으면 반드시 건강에 도움이 되나이다. 
왜냐하면 어머니께서 차리는 식탁이기 때문이나이다. 
어머니의 가족사랑은 거짓이 없나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골라 사귀면 마음의 병이 드나이다. 
주어지는대로 사람을 골고루 잘 사귀어 마음의 건강을 유지해야 하나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밥상은 하느님께서 차리시는 식탁이나이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인간을 진실로 사랑하시나이다. 

먹기 싫은 음식보다 원하지 않는 사람을 받아 섬기기가 참으로 어렵나이다. 
아무리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고 하지만 구역질나는 사람을 이해하고 
인정하기는 참으로 어렵나이다. 
우리의 이웃은 서로가 서로를 넘어뜨리는 원수 관계이나이다. 
분명 스스로 넘어지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나이다. 
우리는 넘어지면서 고통이 일어나고, 이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상대방을 끊임없이 율법으로 공격하기에 이르나이다. 
그럴수록 문제는 복잡해지고 마음의 병은 깊어만 가나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우리를 넘어뜨리는 사람은 이웃이지만 
고통의 근본 원인은 자신속에 가라앉아 있는 악성임을 인정해야 하나이다. 
이웃은 동기이고 자신은 원인이나이다. 

고통의 원인을 율법적으로 해석하면 이웃이 원수이지만 보다 
더 정직하게 짚어보면 자신임을 부인할 수 없나이다. 
고통의 제일 원인을 자신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 고통이 영혼의 정화에 쓰이고 
반대로 이웃이라고 고집하면 육체적 질병으로 발전하나이다. 

부정해도 고통은 있고 긍정해도 고통은 남나이다. 
우리의 생활은 매 순간마다 
이러한 긍정과 부정의 갈림길에서 긴장이 이어지면서 
진정한 평화를 맛볼 수가 없나이다. 

님이시여! 
어쩔 수 없는 관계라면 무슨 관계이든 님의 탓으로 돌리소서. 
님께서는 이미 버려진 사람들의 못난 모습을 인정하면서 
당신의 몸을 떼어 주고 계시지 않나이까? 
님께서는 벌써 세상적이고 율법적인 이해타산을 넘으시어 
님의 사랑으로 꼬인 세상을 풀어가고 계시나이다. 
이 세상 사람들은 끝까지 남의 탓으로 영원히 죽어가고 있지만, 
님의 자존심을 포기하는 작은 고통 덕분으로 지금도 
열 사람이 구원의 문으로 들어서고 있나이다. 

님이시여! 
참으로 사랑하나이다. 
님께서는 이미 높으디 높은 인품을 지니고 계시나이다. 
님께서는 이미 깊고 깊은 영혼을 소유하고 계시나이다. 
그것은 이미 님의 얼굴에 배어 있나이다. 
조용한 시간에 거울 앞에서 님의 얼굴을 보시고 스스로 격려와 위안을 얻으소서. 
순수한 평화가 항상 님의 가정에 머무르기를 기도드리나이다. 

- 최영배 비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