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창밖에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나무들이 여린 잎과 꽃을 피워놓고 
애태우며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런 날이면 창밖 나무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내가 있는 이곳 사무실은 유리창이 바람을 막아주어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기만 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참 행복한 이유입니다. 
지금 내가 저 밖에 서 있다면 매우 힘들 것입니다. 
바람과 먼지와 소음에 지쳐 금방 쓰러질 것입니다. 
버티고 있는다고 해도 정신이 혼미해질 것입니다. 
맑은 유리가 고맙고 집이 고맙습니다. 
밖이 아닌 안에 있는 것이 고맙습니다. 
가정도 밖이 아닌 안입니다. 
회사도 밖이 아닌 안입니다. 
친구도 그렇고,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나를 밖에 세워두지 않고 
안으로 받아들여 쉬게하고 위로해줍니다. 
아무리 누추한 곳이라도 
내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이있다는것, 
의자에 앉아 일을 하고, 쉬기도 하고, 
몸을 눕혀 잠이 들기도 하는 공간이 있다는것, 
나를 밖에 세워두지 않고 
문을 열고 안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생각할수록 고맙고 행복합니다. 

-  전 용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