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용서의 대상이고 사랑은 심판의 대상입니다  
 
  
보통 세상 사람들은 죄를 가지고 그 사람의 인품을 결정하나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정도의 일리는 있지만 꼭 그러하지만은 않나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은 똑같은 죄인이기 때문이나이다. 
단지 어떤 사람들은 죄가 드러나서 나쁜 사람이고 
어떤 사람은 들키지 않아서 좋은 사람도 많나이다. 
나아가 드러나지 않고 밝혀지지 않은 나의 죄가 
그 사람의 죄보다 더 크기 때문이기도 하나이다. 
그래서 죄는 단지 용서의 대상일 뿐이나이다.

반대로 사랑은 용서의 대상이 아니라 심판의 대상이나이다. 
사랑은 인간에 의하여 좌지우지 되지 않는 절대적이고 
부동적인 살아있는 그 무엇 즉 우주의 이치 자체이나이다. 
우주의 이치인 사랑은 서로 주고받는 교환이나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 주고받으면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 교환의 법칙에 
순응하는 존재는 영속할 것이오며 그렇지 못한 존재는 도태하고 마나이다. 

다음의 세 분류의 사람이 있나이다. 
어떤 사람은 주기를 좋아하면서도 받는 것을 무척 어려워하나이다. 
이런 사람은 자존심이 아주 강하나이다. 
어떤 사람은 받기만 하고 주는 것은 인색하나이다. 
이런 사람은 욕심이 크나이다. 
어떤 사람은 주는 것도 싫고 받는 것도 싫어하면서 
혼자 살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나이다. 
이런 사람은 편의주의적 이고 개인주의적 이나이다. 

분명 그 사람의 오늘의 결과는 죄 때문이 아니라 
사랑의 이치를 거슬러서 오는 것이나이다. 
사람이 재물이나 권력이나 계획으로 그 누구를 이길 수 있고 
넘어설 수 있을지 모르오나 이 사랑의 이치만큼은 결코 이길 수가 없나이다. 

왜냐하면 동쪽에서 뜨는 해를 서쪽에서 뜨게 할 수 없기 때문이나이다. 
따라서 사람은 주고받는 교환의 이치 속에서 자신의 계획을 세우고 
의지로 끌고 가야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가 있나이다. 
그 외의 방법은 반드시 실패하며 고통과 좌절과 고민과 아픔으로 
어려운 인생을 평생 지고 갈 수 밖에 없나이다. 

사랑은 심판의 대상으로서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러 있나이다. 
내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사랑이어야 하나이다. 
많이 용서를 받은 사람이 이웃에게 너그러울 수 있고 
도움을 받아 본 사람이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나이다. 
우리 중에 그 어떤 사람도 그 누군가의 도움없이 
현재의 자신의 자리에 있을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하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세상에 태어나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집사고 교육하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나이다. 
이러한 것들은 사람아닌 짐승들도 그렇게 하나이다. 
부디 사랑하시고 열심히 주고받으시며 가슴 저리도록 이웃과 손잡으시어 
짧은 세월 끝나기 전에 이 무한한 우주의 이치와 하나 되소서. 
그래서 밤하늘의 별처럼, 들에 피는 꽃처럼, 산처럼, 강처럼, 바람처럼 
살으시어 이 우주의 임금으로 사시다가 한줌의 흙으로 되돌아가소서. 
님께서는 이미 가난한 사람들과 깊고 깊은 교환을 통하여 
우주의 중심이 되시었나이다. 

그분께서도 이제 님을 종이라 부르지 아니하시고 
벗이라 부르고 계시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 최영배 비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