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와 고양이  

아주 먼 옛날에, 아주 신중한 성자가 있었다. 
그는 매일같이 하루도 어김없이 신성한 관습과 의식에 따라 
기도를 드리거나 고행을 했다. 
그는 예쁜 고양이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마치 그 고양이가 
자기 친자식이라도 되는 듯 끔찍이도 사랑하였다.
조그만 그 고양이는 성자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쫓아다녔다. 
성자가 고행을 하고 기도문을 외우고 있노라면 고양이는 사방을 
제멋대로 뛰어다니며 성물들을 넘어뜨리는 바람에 
성자와 그의 제자들은 기도에 전념할 수가 없었다. 
성자는 그와 같은 신성 모독과 더 이상 기도에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아 
사원 마당의 커다란 보리수나무에 고양이를 묶어 두곤 했다.
고양이만 나무에 묶어 두고 나면, 
성자는 더할 나위 없이 경건하게 기도를 드릴 수 있었다.

많은 세월이 흐른 후, 
하느님을 두려워할 줄 아는 훌륭한 그 성자는 세상을 떠났다. 
아주 양심적인, 그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그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 사람 역시 기도를 드릴 때마다 
신성한 그 나무에 고양이를 묶어 두곤 했다.
다시 세월이 흘러 이번에는 그 고양이가 죽었다. 
그러자 새로운 성자는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며 자문(自問)하였다.

"아, 고양이 없이 어떻게 기도를 드릴 수 있단 말인가?"

그는 기도하며 생각에 잠겼다. 
마침내 그는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훌륭하고 사려 깊은 성자들이 
가장 가까운 마을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도둑 고양이를 잡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고양이를 잡은 성자들은 성전으로 돌아와 고양이를 보리수나무에 
묶어 두고서야 모든 의식과 고행과 기도를 할 수 있었다.

『소금 인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