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예로니모 2007/7/29(일)

죽음이여 뽐내지 마라   죽음이여 뽐내지 마라            존 던 죽음이여 뽐내지 마라, 어떤 이들은 너를 일컬어 힘세고 무섭다지만, 넌 사실 그렇지 않다. 불쌍한 죽음아, 네가 해치워버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죽는 게 아니며, 넌 나 또한 죽일 수 없다. 너는 운명, 우연, 제왕들, 그리고 절망한 자들의 노예. 그리고 독약과 전쟁과 질병과 함께 산다. 너 말고 아편이나 주문도 우리를 잠들게 할 수 있다. 너의 일격보다 더 편하게. 한데 왜 잘난 척하느냐? 짧은 한잠 지나면 우리는 영원히 깨어나리니, 더 이상 죽음은 없다. 죽음이여, 네가 죽으리라. **************************** [‘짧은 한잠’ 지나면... 우리는 영원히 깨어난다] 어떤 독자분이 제게 이메일을 보내셨습니다. 말기암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딸을 격려해달라고. 저는 따님께 따로 긴 편지를 쓰겠다고, 아니 힘이 된다면 문병도 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게으름 피우는 동안 그분의 따님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장 교수님이 아빠를 통해 격려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저도 장 교수님이 더욱 멋있게 사실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라는 메모를 제게 남기고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요. 죽음은 이별이 아니고, 죽음으로써 “우리는 영원히 깨어난다”는 시인의 말이 조금은 위로가 될지요. 떠나가는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더욱 열심히, “더욱 멋있게” 살아가는 것은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의무겠지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용서를 구하며 그분께,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가슴에 묻고 슬퍼하는 모든 분들께 이 시를 드립니다. ******* ** 존 던; 영국의 시인·성직자(1572~1631)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성장해 훗날 바오로 대성당의 사제장을 지냈다. 17세기 영국 형이상학파의 대표시인으로 현대시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젊은 시절 사랑의 심리를 대담하게 묘사한 연애시를 썼고 만년에는 종교시를 남겼다. ******* ***********************    이 가을 저녁,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볍지 않다 *********************** 오늘은 이싸의 하이쿠입니다. 행복한 주일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