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예로니모 2007/7/23(월)

어머니가 아들에게   어머니가 아들에게            랭스턴 휴스 아들아 내 말 좀 들어보렴. 내 인생은 수정으로 만든 계단이 아니었다. 거기엔 압정도 널려 있고 나무 가시들과 부러진 널빤지 조각들, 카펫이 깔리지 않은 곳도 많은 맨바닥이었단다. 그렇지만 쉬지 않고 열심히 올라왔다. 층계참에 다다르면 모퉁이 돌아가며 때로는 불도 없이 깜깜한 어둠 속을 갔다. 그러니 얘야, 절대 돌아서지 말아라. 사는 게 좀 어렵다고 층계에 주저앉지 말아라. 여기서 넘어지지 말아라. 얘야, 난 지금도 가고 있단다. 아직도 올라가고 있단다. 내 인생은 수정으로 만든 계단이 아니었는데도. ************************ 어머니가 자신이 걸어온 인생길을 끝없이 이어지는 층계에 비유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흑인 특유의 사투리를 쓰는 이 어머니의 삶은 그 누구보다 힘겨웠던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도 가시밭 헤치고 어둠 속을 더듬으며 층계를 올라가는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나 의연하고 아름답습니다. 우리도 매일 계단을 올라갑니다. 우리의 계단도 찬란한 수정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올라가면서 걸핏하면 다시 돌아가고 싶고, 모퉁이 돌기 전 층계참에 앉아 마냥 쉬고 싶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쉬지 않고 삶의 계단을 앞장서 올라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럴 수가 없습니다. 어디선가 들리는 “얘야, 사는 게 좀 어렵다고 주저앉지 말아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가슴을 울리기 때문입니다. ******* ** 랭스턴 휴스; 미국의 시인 소설가(1902~1967) 컬럼비아 대학을 중퇴한 뒤 잡지사의 현상공모에서 시 부문 1등으로 입선했다. 블루스와 민요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시풍으로 1920년대 문예부흥을 선도했고 현재까지 미국의 대표적 흑인 시인으로 평가된다. ******* *********************** 몸과 그림자 - 몸이 그림자에게   너와 괴롭게도 서로 얽혀 있으니 그 얼마 동안이나 따라다닌단 말인가? 달빛과 등불 밑에선 그대가 나를 따르지만 그늘 속에선 그대 어디로 가는가? 슬픔과 기쁨 속에 함께 살아가지만 항상 여기에 있는진 알지 못했네. 내가 고요할 땐 너도 또한 고요하지만 움직이면 약속이나 한 듯 따라 움직이니 그때그때 맞추어 어디에서 오는 건지 때때로 눈을 감고 생각해 보네. 노래하고 춤출 때는 만나도 좋지만 눈물을 흘릴 때는 짝하지 마세나. 새벽에 거울 닦고 들여다보면 내 모습 그대로여서 의심할 게 없어라. 바라건대 백년 남짓 사는 동안 그대여, 기쁨을 사양치 마소. ******* ‘몸’이 언제나 자신의 곁을 지켜 주는 벗 ‘그림자’에게 말을 건다는 발상이 흥미롭다. 자신의 기쁨은 함께 나누고 싶지만 슬픔은 자신만의 것으로 두고 싶다는 마음이 애잔하다. ******* 오늘은 김시습의 시입니다. 번역은 허 경진 선생님입니다. ******* 김시습 (1435~1493)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문인이자, 유·불·선 3교의 영역을 넘나든 사상가요 당대 정치의 폐해와 백성의 현실에 주목했던 비판적 지식인이었다. 세조의 왕위 찬탈 이후 출세의 길을 떠나 전국을 방랑하며 2천여 편의 시를 남겼고, 30대에 소설 [금오신화]를, 이후 [태극설]·[십현담 요해]등 중요한 철학적 저작을 다수 저술했다. *******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