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 대림 제2주간 토요일



 ″다림질 ″
 

저는 지금 부산 오륜동에 있는 베네딕도 수도원 소속 명상의 집에서 
성독(렉시오 디비나) 피정 중에 있습니다. 
4박 5일간의 피정인데, 
이곳에 와서 깜짝 놀란 것은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모르지만 
전국 각지에서 적지 않은 분들이 이 피정에 참가하러 오셨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피정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오셨는지 의아할 뿐입니다. 
아마도 그 만큼 영적으로 목마르고, 
말씀에 굶주린 형제자매님들이 많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듯합니다. 
아무튼 저도 성독 피정을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에 더욱더 
깊이 맛들여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몇 년도였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대림절 기간이었는데, 
어느 날 할머님 한분에 저에게 오셔서 
“신부님 저는 이미 늙어서 다림질을 할 수 없는데, 
다림질을 잘하라고 하시니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저는 그 할머님의 말씀을 듣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대림절을 잘 지내라는 말씀을 듣고는 
다림질을 잘하라는 이야기로 잘못 알아 들으신 모양입니다. 
하긴 따지고 보면 대림절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다림질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러워진 마음을 깨끗이 하고, 
꾸깃꾸깃해진 마음들도 똑바로 펴서, 
깨끗해진 마음, 새로운 마음, 
올바른 마음으로 정신 차리고 깨어서 주님을 기다리는 것이 
바로 대림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주님의 길을 마련하기 위해서 길을 곧게 내고, 
골짜기는 모두 메우고 산과 언덕들은 평탄하게 하라고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라고”
(루카 3,4-6참조)말씀하십니다. 

지난 일 년을 살아오면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들 마음 안에는 얼마나 깊은 골이 파였습니까? 
가정 안에서도 가족들 간에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여 얼마나 깊은 골짜기가 생겼습니까? 
부모는 자식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자식은 또 부모를 따뜻하게 모시지 못하고,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하고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받아주지 못하며 사소한 문제로 
서로 미워하고 반목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회 곳곳에서도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만 가고 있는 듯합니다. 
점점 더 심화되어가는 빈부격차는 서로의 위화감을 조장하고 
신세대와 구세대간의 갈등과 보수와 진보 간의 끊임없는 대립과 
노사간의 갈등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만 합니다.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골짜기는 메워지고 
산과 언덕들은 모두 낮추어져야 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우리의 골은 점점 더 깊어만 가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이즈음에서 우리 신앙인들이 먼저 골을 메우고 굽은 데를 곧게 하고, 
거친 길을 평탄하게 하는 일에 앞장 서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의 사랑이 지식과 온갖 이해로 더욱 더 풍부해져서 
무엇이 옳은지 분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필립1,9-10) 
한 마디로 우리가 따뜻한 사랑과 이해심을 갖춘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기에 앞서서 
서로 조금만 더 이해하고 양보하고 서로를 받아들일 때, 
우리의 골은 조금씩 메워 질 것입니다. 
서로 간의 대치와 대립은 문제 해결을 불가능하게 합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으로 강론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순수하고 나무랄 데 없는 사람으로 
그리스도의 날을 맞이하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오는 의로움의 열매를 가득히 맺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릴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필립 1,10-11) 아멘.   


▒ 김광근 도미니코 신부님 / 춘천교구 퇴계성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