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에게 가장 본질적인 것 

글 : 노우진 요셉신부님    

수도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연륜에 따라 다르겠으나  
"순명"이라 답하는 경우가 많다. 

장상에게, 공동체 형제 자매에게,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순명해야 하는 것!
예수님께서 하느님께 순명하셨듯이 말이다.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으라는 인간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어려웠던 순명!
그분께서도 그토록 힘드셨던 길! 
그런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조그마한 희생과 나눔을 피해보려는 얄팍한 계산속이
나의 마음 하나가득 차있는 것을 보면 
때론 놀라기도 하고 역겨움에 몸서리치기도 한다.

그래서 희생과 봉사의 순간이 다가오면 
이런저런 핑계로 피하기도 하고,
나에게 그런 부탁을 해오지 않을 때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한다.
그런저런 나약함을 보게 될 때면
십자가 앞에 한숨쉬며 고개 떨구게 된다.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면
기쁨이란 얄팍한 절망의 그늘에 숨어 미소짓는 것도,
세상 일을 잊은 채 그저 큰 소리로 떠드는 것도,
열정에 눈이 멀어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그분처럼 하느님의 뜻에 순명할 때,
그분처럼 자신의 십자가를 끌어안을 때,
그곳에서 피흘리며 세상을 구원할 때,
그 세상을 위해 발을 굳게 땅에 딛을 때

그 때 우리는 그리스도교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인 기쁨을 맞볼 수 있다.
그 때 우리는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그분의 말씀을 나의 삶으로 증언할 수 있다. 

우리 모두 함께 기뻐할 날을 희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