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소년과 사과 

글 : 전명철 신부님 / 강북삼성병원 원목 
 
"네가 먹을 것을 주어라"

아프리카에 취재 간 한 사진 기자가 비쩍 마르고 유난히 
기운 없어 보이는 거지 소년에게 사과 한 조각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사과를 받은 소년은 바로 먹지 않고, 
그것을 들고 어디론가 가는 것이었습니다. 
기자는 호기심에 소년을 쫓아갔고, 
소년이 당도한 곳에는 죽어있는 듯한 소년의 동생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사과를 씹을 힘조차 없는 동생에게 
사과를 한 입씩 베어 잘게 씹어서 먹였습니다. 
소년은 구걸해온 것들을 먹지 않고, 
그것 모두를 동생에게 먹여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말씀에서 오천 명이나 되는 군중의 움직임은 대단히 큽니다. 
운집해 있는 그들의 발소리도 컸을 것이고, 
오랜 시간 예수님의 말씀을 듣느라 상당히 배가 고팠을 텐데, 
복음서 어디에도 군중이 배고프다고 하는 말은 없습니다. 
각자 알아서 한 끼를 채우기 위해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늘 그렇게 살아왔고 익숙했던 것입니다. 
늘 무시당하고 버림받고 소외 당하고 배고픈 것이 
일상의 것이 되어버린 민중이었던 것입니다. 
제자들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말 못하는 민중들의 
그 애절한 사연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기적을 행하십니다. 
하느님은 너희들 편이라는 것을, 
너희들을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굶주리고 소외 당한 이들은 오늘도 침묵 중에 절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는 그저 더 많이 갖기 위해 애쓰며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권리신장을 위해 정당한 보상과 대가를 받기 위해 
큰 소리를 내면서도 늘 더 못 채워서 불평하고 시기합니다. 
그러나 절대 빈곤에서 살고 있는 그들은 어떻습니까? 
왜 그들이 침묵하는 마음의 목소리를 듣지 못합니까? 
예수님은 오늘도 당신의 역할을 대신할 
우리 각자를 주목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네가 먹을 것을 주어라”고 말씀하십니다. 

 ▒ 조선일보 명설교·명법문에서 가져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