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의 물
생명의 물  
예수님은 우물가의 여인과 말씀을 나눈다.
여인에게 다가가 물을 청한 것이다.
낯선 남자가 물을 청하다니,
여인은 예사롭지 않은 사람임을 직감한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어디에 그런 물이 있습니까. 그 물을 제게도 주실 수 있는지요."
여인은 호기심으로 예수님은 따뜻함으로 이루어진 두 사람의 만남이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면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이런 말을 할 수 없다.
너무나 엄청난 말인 까닭이다.
그러기에 여인은 못 알아듣는다.
우리 역시 알아듣기 힘든 말씀이다.
영원히 목마르지 않게 되다니 가능한 일이겠는가.
살아갈수록 갈증은 더해지고
알수록 답답함이 심해지는 현실인데
무슨 능력으로 이 말씀을 알아듣겠는가.
살다 보면 인간의 힘으로는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음을 느낀다.
사람들은 그 부분이 두려워 시간과 물질을 바친다.
굿을 하고 부적을 달기도 한다.
먹고 싶은 것을 절제하고 하고 싶은 것을 참기도 한다.
그렇지만 만족스러운 해결책은 주어지지 않은 듯 늘 허전해 한다.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들은 어떠한가.
무엇으로 그 부분을 메우고 있는가.
기도와 성사생활을 통해 끊임없이 맡기고 신뢰하려는 노력이 아닌가.
육신의 갈증은 물질로써 해결할 수 있다.
단순한 목마름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면 그친다.
그러나 영혼의 갈증은 그렇지 않다.
물질의 충족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원인 모를 허무감화 늘 떠나지 않는 불안감,
막연한 두려움은 물질이 쌓인다고 사그라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경우 원인조차 모를 수 있다.
그만큼 영혼의 갈증은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당신께서 주시는 물을 마셔야 갈증이 사라질 수 있다고.
이것이 사순 제3주일의 가르침이다.
그러나 사마리아 여인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어느 날 그분은 우리 곁에도 오셨다.
느낌을 통해 깨달음을 통해 만남과 사건을 통해 말씀을 주셨다.
그때 어떻게 했던가.
사마리아 여인처럼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믿었던가.
망설임 없이 말씀대로 행동했던가.
이제라도 좋으니 그 물을 청해야 한다.
생명의 물을 제게 주십시오.
영혼의 목마름을 벗을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이 기도를 드려야 한다.
산다는 것은 갈증의 연속이다.
끊임없이 의미를 찾아야 하고 희망을 붙잡아야 한다.
기뻐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기쁨을 만들며 살아야 한다.
생명의 물없이 어찌 가능한 일이겠는가.
놀랍게도 주님은 그 물을 주시고 계셨던 것이다.
우리는 몰랐지만
여인은 예수님을 만난 뒤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자신도 몰랐던 변화다.
인생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확신은 그녀의 미래에 희망과 기쁨을 남겼을 것이다.
진정 생명의 물이 느껴지는 체험이었을 것이다.
늘 목이 말랐던 예전의 그녀 모습은 이제 없어진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녀의 체험이 없었던가.
돌아보면 주님께서 함께 하셨던 사건들은 분명있다.
그분께서 주셨기에 아직도 우리 안에는 생명의 물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번 사순절엔 그 물의 모습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목마름의 원인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주님은 따뜻함으로 기다리고 계신다.
생명의 물을 변화의 물로 바꾸어 주시길 청하자.
[신은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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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6/20(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