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20(월)

왜 울고 있느냐?   왜 울고 있느냐? 빈무덤이라는 말에서 오는 허전함. 마리아가 느낀 그 허무함을 생각해본다. 돌아가신 주님에 대해 마음 아파했던, 그리고 주님의 죽음의 순간까지 함께 했던 그녀는 그래도 끝까지 예수님을 위해 울어주던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그렇게 사랑했던 이의 죽음에 한 시도 그 무덤을 떠나지 못하던 그녀에게 빈무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녀는 무덤이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큰 슬픔에 잠긴다. 그래서 무덤 속에 천사가 있음에도 이 사실에 대한 질문조차 못한다. “왜 울고 있느냐?” 오히려 그녀에게 던져지는 천사의 질문은 날카롭게 그녀의 마음을 두드린다. “누군가가 제 주님을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다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마리아가 느낀 빈무덤에 대한 감정이 가득 담긴 한 마디다. 그리고 지금껏 그녀가 어떤 이유로 예수님을 따랐는지를 알게 해 주는 한 마디다. 주님 곁에 있는 것. 그것이 좋다라고 말한다. 하느님 곁에 있으면 불가능이 없고, 하느님 곁에 있으면 무엇인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고, 그것이 죽어서 식어버린 하느님의 시신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어쩌면 마리아는 예수님의 말씀을 깨닫기보다는 그분을 따름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개인적인 감정에서 그분 곁에 있고 싶어 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예수님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는 기대와 희망으로 따른 것이 아닐까? 분명한 것은 빈무덤을 보는 그녀는 부활하실 것을 예언하셨던 예수님의 말씀도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슴으로 그러한 기대조차 해 오지 못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녀는 자신을 부르는 예수님의 목소리조차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서 살아계신 하느님에게 죽어버린 하느님을 찾는다. “여보세요. 당신이 그분을 옮겨 갔거든 어디에다 모셨는지 알려 주셔요. 내가 모셔 가겠습니다.” 신앙에서 오는 허전함. 사실 그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지 못함에서 오는 자신의 부족함이라 표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신자라고 불리는 많은 사람들은 하느님의 말씀과 그분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삶을 그 가르침에 맞추기 보다는 하느님이라는 이름과 예수 그리스도라는 분과 친밀함 정도에 따라 신앙을 평가하는 착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당에 얼마나 빈번히 들어서는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가 십자가 밑에 얼마나 가까우냐에 따라 신앙의 정도가 얼마나 대단한가를 따지기도 한다. 그러나 신앙생활을 그렇게 평가하고 따진다면 그것은 결국 자신만을 위한 신앙이란 결론을 피하지 못한다. 또한 그렇다면 주님께서 모든 이를 사랑하시고, 그 때문에 돌아가시고 부활하실 것이라는 사실이 사실 우리에겐 별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저 예수님 곁에 있는 것이 나에겐 위로와 이익이 되기에 죽은 하느님이라도 그분 곁을 지키고 싶어 한다. 소위 열심히 한다는 신앙생활의 대부분이 이 틀을 벗어나지 못함은 이천년이 지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살아계신 하느님께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하느님이란 이름이 자신과 떨어지는 것이 싫은 신앙인들, 그러나 하느님은 우리가 가질 수 없는 분이다. 그리고 그분은 그분이 하시려는 사랑을 마음 껏 펼치셔야 할 분이다. 그래서 그분은 돌아가셔서는 안된다. 아니 돌아가실 수 없는 분이다. 그분의 사랑은 옳고, 그분의 사랑은 승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빈무덤은 기쁨이요, 희망의 자리여야 한다. 주님께서 살아 계시다는 희망으로, 기쁨으로, 울음을 거두어야 한다. 그 모든 빈무덤의 가르침이 예수님의 부르심 하나에 모두 담겨 있는 것으로 들린다. 그분이 곁에 안계신 듯 느껴지는 허무함의 순간에 그분의 목소리를 기억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오히려 우리를 그분 곁에서 떼어내시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알아들을 수 있는 지혜를 청해야겠다. “마리아야!”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붙잡지 말고 어서 내 형제들을 찾아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