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행복  

내 어깨에 
메워진, 십자가가  없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까?  

살다 보면 
부모가  십자가가  되고, 
남편이  십자가가  되고 
아내가  십자가가  되며  

자식(子息)이ㆍ 
형제가ㆍ친척이ㆍ친지가 
서로가  서로에게  십자가가  되고  

이웃과  조국이  십자가가  되고  
가난과  병고가,  심지어는  하느님도 
신앙(信仰)도  십자가가  된다  

그  많은  십자가(十字架)들을   
내 어깨에서  내려  놓은  날  
나는  바라던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내  인생의  목적은  
이런  십자가들을  내려놓은  것일까?  
        
우리는  안다  
내 어깨에  메워진, 이 십자가 때문에 
우리는 기도(祈禱)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도,  기꺼이 하고  
분노(憤怒) 하다가도  인내하고 
용서하며  화해하게 
된다는  것을ㆍㆍ  

십자가는  내게  
사랑이  인내라는  것을  가르쳐주며  
그  자체로,  사랑임을  깨우쳐 
주는  선물임을ㆍㆍ 

십자가(十字架)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존재로  키워주고  
겸손(謙遜)하게  하고 
없는이들에게,  자비를  베풀게 하고  
희생(犧牲)이  기쁨이며   
그게  바로,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은총이라는  것을ㆍㆍ 
        
십자가를 
내 어깨에서  내려 놓는  날 
나는  희생도  용서도,  화해도 모르는 
비정(非情)한  인간이  되고  
내  몸에서 
사랑을  발산하지  못하는  
사랑 하지도 
사랑 받지도  못하는, 
돌같이  차가운  존재(存在)가  
되고  만다는  것을ㆍㆍ 

   - 이제민 神父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