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20(월)

슬프고 괴로울 땐 하느님께 하소연 한다.   슬프고 괴로울 땐 하느님께 하소연 한다. 이런 벅찬 감격의 기도가 있는가 하면 슬퍼서, 너무도 슬퍼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당한 나약한 한 여성의 기도도 있다. 옛날에 한나라는 불쌍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석녀였다. 이스라엘 여인으로서 아기를 낳지 못하면 하느님의 축복을 받지 못한 여성으로 인정되어 사람들로부터 수치를 당하던 그런 시대였으니 그녀의 슬픔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녀는 비록 남편의 사랑은 받았으나 스스로 하느님의 축복을 받지 못한 버림받은 여성으로 여겨 음식도 먹지 않고 답답한 나날을 보내다가 마지막으로 전능하시고 대자대비하신 하느님 앞에 나아가 기도하기로 결심하였다. 성전에 올라간 그녀는 흐느껴 울면서 이렇게 애원하였다. "온갖 위로의 하느님, 이 계집종의 가련한 모습을 굽어살펴 주옵소서. 이 계집종을 저버리지 마옵시고 사내아이 하나만 점지해 주십시오. 그러면 저는 그 아이를 야훼께 바치겠습니다. 평생 그의 머리를 깍지 않도록 하겠습니다."(1사무 1,11) 그때 사제가 나와서 기도하던 그녀를 보고 "안심하고 돌아가거라. 이스라엘을 돌보시는 하느님께서 네 기도를 들어 주실 것이다."라고 위로하였다. 자비하신 하느님께서는 그녀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임신하게 해 주셨다. 한나는 달이 차서 아들을 낳자 "야훼께 빌어서 얻은 아기"라고 하여 이름을 사무엘로 지었다. (1사무 1,20) 한나는 하느님께 서원한 대로 그 아들을 하느님께 바쳤다. 사무엘은 위대한 사제와 지도자가 되어 이스라엘 나라에 임금이 나올 때까지 나라를 다스린 통치자였다. 이와같이 기도는 슬프고 괴롭고 억울한 일을 당할 때 전능하시고 대자대비하신 하느님께 하소연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하소연 할 수 없는 불쌍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한나처럼 오직 사랑으로 지켜보시는 전능하신 그분께 얼마든지 애원할 수 있다. 그리고 주님이 원하신다면 한나처럼 놀라운 일도 체험하게 될 것이다. 기도를 하여 놀라운 일을 체험한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다. 이스라엘 백성이 바빌론에 포로로 끌려갔을 때의 일이다. 포로로 끌려갔으니 고생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민족적 차별과 학대는 참으로 참기 어려웠다. 다행히 에스델이라는 예쁜 처녀가 왕비로 뽑혔으므로 이스라엘인들은 자기들에게 행운이 돌아오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으나 왕의 총애를 받던 하만이라는 신하가 이스라엘 전멸 계획을 세워 왕명으로 전국에 포고문을 내렸으므로 그들에게 행운이 돌아오리라는 꿈은 사라지고 오히려 전멸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화급을 다투는 그 위기상황에서 에스델은 민족을 구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던 중에 이스라엘의 열심한 사람들이 하듯이 대자대비하신 하느님께 사흘 동안 밤낮 단식을 하면서 기도를 올리기로 하였다. 그녀는 비록 왕후였으나 화사한 옷을 벗어 던지고 슬픈 상복으로 갈아 입었다. 값진 향유 대신에 재와 오물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전능하신 하느님께 다음과 같은 긴 기도를 드렸다. "오직 한 분이신 저의 주님이시여, 우리의 임금님, 오시어 저를 도와 주소서. 저는 홀몸, 당신 외에 아무런 구원자도 저에겐 없사옵니다. 저의 생명은 지금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주님 저희를 기억해 주시고 저희가 고난을 받을 때에 당신을 드러내소서. 아브라함의 하느님이신 주님, 절망에 빠진 자들의 소리를 들으시고 악인들의 손에서 저희를 구하시고 저를 공포에서 구해 주소서." 이런 간절한 기도를 드린 후 에스델은 화사한 옷을 입고 왕 앞에 나아가 소청을 드리자 자기 민족을 몰살하려던 하만의 계교가 드러나 그는 사형을 당하고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살길이 열리게 되었다. 성서 저자는 에스델의 기도를 들으신 하느님께서 "왕의 마음을 변심시키시어 그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셨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기도의 힘은 이렇게도 큰 것이다. 이 세상의 수많은 민족 가운데서 특별히 뽑아 세우신 민족 이스라엘을 구원하신 하느님은 에스델을 통하여 그 민족을 구하시고 찬미와 영광을 받으셨으며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셨던 것이다. [오요안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