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20(월)

받아들이는 자의 마음   받아들이는 자의 마음   바빌론 강 기슭에 앉아 버드나무 가지에 수금을 걸어 놓고 시온을 생각하며 눈물짓던 유배자들의 애환, 거기에 강렬한 명암으로 대조되는 귀향의 환희 속에서 극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의 전환, 정화를 거친 하느님 백성의 신앙과 솟구치는 민족정신의 고양은 바야흐로 뭔가 새로운 현실을 곧 창조해낼 것만 같은 기대를 당겨준다. 그러나 페허 속의 현실은 그리 밝지 못했고 귀향민 공동체 안에는 아직도 이른바 정신차리지 못한 자들, 즉 자기들이 겪은 그 모든 역사적 경험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자들이 있었으니, 예언자들이 그토록 줄기차게 외쳐 온 삶과 전례가 일치하는 '진정한 예배' 및 사회 정의는 눈물겹게 재건된 새 성전과 다시 찾은 제 나라 안에서도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을 향한 말라기의 비판에서 우리는 시련이나 은총 자체가 마술처럼 인간에게 어떤 절대적인 효과를 내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가치있는 경험, 귀한 기회일지라도 받아들이는 자의 마음밭과 정신 자세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온갖 경험은 인격과 신앙의 성숙 및 영혼의 정화를 가져오는 것일까, 무익한 기억의 묶음에 불과한 것일까?